아픈 세딸 낫는다면…고된 삶에 실낱희망
[나눔꽃 캠페인] 성치 않은 몸으로 딸들 돌보는 노점상 최씨
딸들 병원비로 쓴 카드빚 ‘눈덩이’
밥도 못넘기는 몸 끌고 오늘도 거리로
하루 꼬박 장사해도 3만원도 못벌어 전남 목포시 죽교동에 사는 최아무개(47·여)씨는 노점상이다. 목포 ㅅ호텔 앞길에서 겨울엔 굴(석화)을 손으로 까 판다. 굴 10㎏짜리 한 망을 까면 3천~5천원 정도 번다. 오전 10시30분부터 저녁 8시30분까지 꼬박 앉아 장사를 해도 2만~3만원을 손에 쥐기가 쉽지 않다. 시청의 단속이 있거나 비 오는 날엔 일을 접어야 한다. 요즘엔 건강마저 악화돼 한달째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느라 일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최씨의 남편(49)은 날품팔이로 벌이가 일정하지 않아, 병약한 세 자녀가 아파 병원비가 없을 땐 최씨 혼자 발을 동동 구르기 일쑤였다. 2003년 무렵 큰딸(16·중3)과 둘째딸(13·초등6)이 천식과 폐렴으로 병원을 들락거렸고, 막내(9·초등2)가 갑자기 편도선 수술을 받아야 했다. 당시 최씨는 다급한 마음에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현금서비스 대출로 병원비를 충당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이내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빚이 최씨네 삶을 짓눌렀다. 카드 몇 개로 돌려막기를 했지만 결국엔 연체이자를 피할 순 없었다. 최씨는 “은행 채권팀에서 전화를 걸어 ‘누가 돈 가져다 쓰라고 했느냐’고 닦달할 땐 할 말이 없어 울기만 했다”며 “전화벨 소리 자체가 공포였다”고 말했다. 1300만원짜리 전셋집을 빼 빚 일부를 갚은 뒤 10만원짜리 사글세로 이사했다. 하지만 역시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2005년엔 한때 극단적인 생각을 했다가 아이들이 눈에 밟혀 포기했다. 다행히 최씨를 딱하게 여겼던 은행 채권팀 직원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방도를 찾도록 조언해 줬다.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해 자신의 카드빚은 다달이 27만원씩 8년 동안 나눠 갚고, 남편의 카드빚은 다달이 14만원씩 5년 동안 나눠 갚는 조건으로 조정을 받았다. 빚을 갚기 위해 최씨는 노점상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번엔 건강이 문제였다. 최씨는 2001년 막내를 임신한 뒤 유산 조짐이 있어 병원에 갔다가 과다출혈로 한때 의식을 잃었으나 가까스로 생명을 건졌다. 이후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인지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2006년 병원에서 ‘쓸개가 많이 부은 상태여서 갑자기 위험해질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정밀검사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린 지 오래고, 노점에 앉아 일하면서 생긴 역류성 식도염 탓에 한 끼에 서너 숟가락밖에 먹지 못한다. 최씨는 아픈 몸을 끌고 일을 해도 다달이 카드빚 상환과 전기·수도 요금 등 공과금 내기에도 빠듯하다. 의료보호(2종) 수급권자로, 세 자녀가 학교 급식비와 우유값을 면제받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최씨는 “카드 상환금이 세 달 넘게 밀리면 조정이 취소되기 때문에 사채를 빌려 카드빚을 갚았다”고 했다. “전기료 석달치가 밀려 겨우 한달치를 내고 단전을 막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지난 1월말 월드비전에서 200만원을 긴급 지원받아 급한 병인 허리디스크와 치질 치료를 받았다. 권봉민 사회복지사(월드비전 목포가정개발센터)는 “월드비전이 지원하는 어린이 8663명(지난해 8월 현재)의 31%인 2748명은 최씨 집처럼 부모는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부분 부모가 막노동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건강이 안 좋아 일을 못하는 가정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목포/글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밥도 못넘기는 몸 끌고 오늘도 거리로
하루 꼬박 장사해도 3만원도 못벌어 전남 목포시 죽교동에 사는 최아무개(47·여)씨는 노점상이다. 목포 ㅅ호텔 앞길에서 겨울엔 굴(석화)을 손으로 까 판다. 굴 10㎏짜리 한 망을 까면 3천~5천원 정도 번다. 오전 10시30분부터 저녁 8시30분까지 꼬박 앉아 장사를 해도 2만~3만원을 손에 쥐기가 쉽지 않다. 시청의 단속이 있거나 비 오는 날엔 일을 접어야 한다. 요즘엔 건강마저 악화돼 한달째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느라 일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최씨의 남편(49)은 날품팔이로 벌이가 일정하지 않아, 병약한 세 자녀가 아파 병원비가 없을 땐 최씨 혼자 발을 동동 구르기 일쑤였다. 2003년 무렵 큰딸(16·중3)과 둘째딸(13·초등6)이 천식과 폐렴으로 병원을 들락거렸고, 막내(9·초등2)가 갑자기 편도선 수술을 받아야 했다. 당시 최씨는 다급한 마음에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현금서비스 대출로 병원비를 충당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이내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빚이 최씨네 삶을 짓눌렀다. 카드 몇 개로 돌려막기를 했지만 결국엔 연체이자를 피할 순 없었다. 최씨는 “은행 채권팀에서 전화를 걸어 ‘누가 돈 가져다 쓰라고 했느냐’고 닦달할 땐 할 말이 없어 울기만 했다”며 “전화벨 소리 자체가 공포였다”고 말했다. 1300만원짜리 전셋집을 빼 빚 일부를 갚은 뒤 10만원짜리 사글세로 이사했다. 하지만 역시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2005년엔 한때 극단적인 생각을 했다가 아이들이 눈에 밟혀 포기했다. 다행히 최씨를 딱하게 여겼던 은행 채권팀 직원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방도를 찾도록 조언해 줬다.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해 자신의 카드빚은 다달이 27만원씩 8년 동안 나눠 갚고, 남편의 카드빚은 다달이 14만원씩 5년 동안 나눠 갚는 조건으로 조정을 받았다. 빚을 갚기 위해 최씨는 노점상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번엔 건강이 문제였다. 최씨는 2001년 막내를 임신한 뒤 유산 조짐이 있어 병원에 갔다가 과다출혈로 한때 의식을 잃었으나 가까스로 생명을 건졌다. 이후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인지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2006년 병원에서 ‘쓸개가 많이 부은 상태여서 갑자기 위험해질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정밀검사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린 지 오래고, 노점에 앉아 일하면서 생긴 역류성 식도염 탓에 한 끼에 서너 숟가락밖에 먹지 못한다. 최씨는 아픈 몸을 끌고 일을 해도 다달이 카드빚 상환과 전기·수도 요금 등 공과금 내기에도 빠듯하다. 의료보호(2종) 수급권자로, 세 자녀가 학교 급식비와 우유값을 면제받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최씨는 “카드 상환금이 세 달 넘게 밀리면 조정이 취소되기 때문에 사채를 빌려 카드빚을 갚았다”고 했다. “전기료 석달치가 밀려 겨우 한달치를 내고 단전을 막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지난 1월말 월드비전에서 200만원을 긴급 지원받아 급한 병인 허리디스크와 치질 치료를 받았다. 권봉민 사회복지사(월드비전 목포가정개발센터)는 “월드비전이 지원하는 어린이 8663명(지난해 8월 현재)의 31%인 2748명은 최씨 집처럼 부모는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부분 부모가 막노동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건강이 안 좋아 일을 못하는 가정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목포/글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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