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민주국민회의와 전국농민회총연맹,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신영철 대법관의 사퇴와 대법원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법원 내부 분위기가 심상찮다. 신영철 대법관 등에 대한 조사가 면죄부를 주는 선에서 끝난다면 곧바로 ‘사법파동’이 재연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신 대법관이 진상조사단 조사를 받은 9일,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전국의 법관이 동시에 들고일어날 수도 있다”고 일선 판사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현직 판사로는 처음으로 8일 법원 내부통신망에서 신 대법관의 용퇴를 촉구한 김형연 판사의 글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판사는 “젊은 판사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진상조사 결과, 신 대법관 문제가 유야무야된다면 사법파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소장 판사들의 분위기가 격앙돼 있다”고 했다.
사법부 전체 존립근거와 직결 판단
지법 판사 “전국 법관 반발할 수도” 이번 문제와 관련해 법원 내부통신망에 두 차례 글을 썼던 정영진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는 8일에도 글을 올려 재판 개입이 사법행정 차원이었다는 신 대법관의 주장을 반박하며 “대법원장 및 대법관 징계를 위한 절차로서 조사를 진행한다면 법관징계법상의 징계청구권자인 다른 대법관들이 조사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사들의 이런 분위기는 이번 사안이 사법부 전체의 존립 근거와 직결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는 “사법 관료화는 이념이나 특정 판사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법관 개개인의 재판 독립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상조사단에서 결과를 발표하고 신 대법관이 면죄부를 얻었더라도, 그 뒤에 언론 등을 통해 추가 의혹이 또다시 불거진다면 사법부는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법원 수뇌부에도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전달됐다고 한다. 조사단 관계자는 “지난번 몰아주기 배당 때처럼 ‘반나절 조사’, ‘부실 조사’라는 욕은 먹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조사를 받은 한 판사는 “당시 상황과 관련해 일체 의심이 가는 걸 모두 말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사법파동까지 거론되는 상황을 두고, 이명박 정부 들어 지난 1년 동안 사법부가 받아온 내외부 압력의 피로감이 표출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특정인의 진퇴 문제를 뛰어넘어 사법 관료화 문제를 풀어나갈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위해 2003년 대법관 제청 파문 때에 이어 전국법관회의를 열자는 제안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판사들의 팽배한 문제의식은 사법파동으로 표출돼 왔다. 1971년 7월 잇따른 시국사건 무죄판결에 불만을 품은 검찰이 부장판사 등 3명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전국 법관 153명이 이에 반발해 사표를 냈다. 1988년 6월에는 소장판사 200여명이 ‘새로운 대법원 구성에 즈음한 우리들의 견해’라는 성명을 내, 결국 당시 대법원장의 사퇴로 이어졌다. 1993년에는 판사 28명이 군사정권 시절의 사법부를 비판하는 건의문을 제출해 대법원장이 물러났고, 2003년에는 대법원장의 새 대법관 후보자 제청 내용에 반발해 판사 144명이 대법원장에게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지법 판사 “전국 법관 반발할 수도” 이번 문제와 관련해 법원 내부통신망에 두 차례 글을 썼던 정영진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는 8일에도 글을 올려 재판 개입이 사법행정 차원이었다는 신 대법관의 주장을 반박하며 “대법원장 및 대법관 징계를 위한 절차로서 조사를 진행한다면 법관징계법상의 징계청구권자인 다른 대법관들이 조사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사들의 이런 분위기는 이번 사안이 사법부 전체의 존립 근거와 직결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는 “사법 관료화는 이념이나 특정 판사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법관 개개인의 재판 독립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상조사단에서 결과를 발표하고 신 대법관이 면죄부를 얻었더라도, 그 뒤에 언론 등을 통해 추가 의혹이 또다시 불거진다면 사법부는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법원 수뇌부에도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전달됐다고 한다. 조사단 관계자는 “지난번 몰아주기 배당 때처럼 ‘반나절 조사’, ‘부실 조사’라는 욕은 먹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조사를 받은 한 판사는 “당시 상황과 관련해 일체 의심이 가는 걸 모두 말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사법파동까지 거론되는 상황을 두고, 이명박 정부 들어 지난 1년 동안 사법부가 받아온 내외부 압력의 피로감이 표출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특정인의 진퇴 문제를 뛰어넘어 사법 관료화 문제를 풀어나갈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위해 2003년 대법관 제청 파문 때에 이어 전국법관회의를 열자는 제안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판사들의 팽배한 문제의식은 사법파동으로 표출돼 왔다. 1971년 7월 잇따른 시국사건 무죄판결에 불만을 품은 검찰이 부장판사 등 3명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전국 법관 153명이 이에 반발해 사표를 냈다. 1988년 6월에는 소장판사 200여명이 ‘새로운 대법원 구성에 즈음한 우리들의 견해’라는 성명을 내, 결국 당시 대법원장의 사퇴로 이어졌다. 1993년에는 판사 28명이 군사정권 시절의 사법부를 비판하는 건의문을 제출해 대법원장이 물러났고, 2003년에는 대법원장의 새 대법관 후보자 제청 내용에 반발해 판사 144명이 대법원장에게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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