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중단 요청 왜?]
조사단 “좀더 알아볼게 있다 말해”
정치권에선 ‘사퇴설’에 무게 실어
조사단 “좀더 알아볼게 있다 말해”
정치권에선 ‘사퇴설’에 무게 실어
신영철 대법관은 무슨 이유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일까?
9일 오후 2시30분께, 대법원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재판 개입과 관련한 조사를 받던 신 대법관이 갑자기 조사를 멈춰 줄 것을 요청했다.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것이었다.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조사를 받기 시작한 신 대법관은 두 시간 정도 조사를 받고 점심을 먹었다. 오후 1시30분부터 조사가 재개됐지만 한 시간 만에 중지를 요청한 것이다.
오석준 대법원 공보관은 취재진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며 “사퇴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면서도 “조사중에 특별한 돌발사태는 없었고 (중단을 요청할) 계기가 없었다”고 말해 신 대법관이 사퇴를 포함한 자신의 거취 고민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간, 정치권에서도 “신 대법관이 거취를 매우 고심하는 것 같다”는 말이 흘러나와 사퇴설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신 대법관은 오후 6시께 아무런 입장 표명도 없이 취재진을 피해 퇴근을 했다. 그리고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서류를 검토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또 8시께는 공보관을 통해 “오늘은 사퇴에 관해 일절 입장 표명은 없을 것이다. 내일 다시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일단은 사퇴할 뜻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법원 안에서는 두 가지 관측이 나온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것은, 결국 사퇴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봐야 한다. 퇴근 뒤 혼자서 거취를 고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자 자기 나름대로 조사에 대비할 시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진상조사단 관계자도 “(신 대법관에게) 이메일과 후배 판사들의 증언에 대해 얘기했더니 ‘당시 상황을 좀더 알아볼 게 있다’며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해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일부에서는 조사 과정에서 사퇴를 결심했던 신 대법관이 이후 어떤 이유로든 마음을 고쳐먹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믿을 만한 사람한테서 신 대법관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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