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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물지않는 ‘단속 공포’…생기잃은 마석단지

등록 2009-03-11 14:46수정 2009-03-11 14:46

경기 남양주 화도읍 마석가구공단을 가로지르는 길 옆에 폐목재 등이 수북이 쌓여 있다.
경기 남양주 화도읍 마석가구공단을 가로지르는 길 옆에 폐목재 등이 수북이 쌓여 있다.
‘이주노동자 일제단속’ 그후
이달에만 ‘미등록자’ 13명 잡혀가
영세사업장 사람없어 40곳 폐업
“단속 또 맞으면 부도 낼 수밖에…”
서울을 빠져나와 경춘가도를 30여분 달리면 허름한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남양주시 화도읍 마석가구단지가 나타난다. 넉 달 전인 지난해 11월12일, 이곳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불법체류 단속이 벌어졌다. 당시 이곳에서 일하던 전체 이주노동자 600여명 가운데 124명이 붙잡혔다.

지난 9일 오후 찾은 마석가구단지는 지난해 강제단속의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었다. “가구 만드는 일은 기술직인데 일을 가르쳐서 쓸만하면 잡아가버려. 한국 사람들은 힘든다고 오지도 않잖아. 합법(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애들은 금방 가는데 우리보고 어쩌라는 건지 원!” ㄷ가구 사장 ㅇ아무개(50)씨는 불만부터 내뱉었다. 지난해 단속으로 ㅇ씨의 공장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 4명 중 3명이 잡혀갔다. 전체 직원 6명의 절반이다. ㅇ씨는 “그 뒤 한동안 공장을 놀리다가 얼마 전에야 겨우 직원을 구해 다시 공장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유례없는 취업난이라고 하지만, 결국 어렵사리 새로 데려온 직원 3명도 모두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었다. 마석에 자리잡은 소규모 제조업체는 모두 350여곳, 이주노동자 수는 600여명가량이다. 지난해 단속으로 공장 돌릴 이들이 갑자기 없어지는 바람에, 영세 사업장 40여곳은 아예 문을 닫았다.

이달 초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으로 직원 5명 가운데 4명이 잡혀가 가동이 중단된 한 공장의 텅 빈 작업장.
이달 초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으로 직원 5명 가운데 4명이 잡혀가 가동이 중단된 한 공장의 텅 빈 작업장.

정부 단속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지난 4일에도 다시 ‘토끼몰이식’ 단속이 벌어져 13명이 잡혀갔다. 예년 같으면 결혼철 성수기를 앞두고 활기가 넘칠 때지만, 요즘은 ‘언제 또다시 단속반이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4일 단속으로 직원 5명 가운데 4명이 한꺼번에 잡혀간 ㅈ공장은 생산라인이 멈춘 상태다. 홀로 남은 직원 방아무개(32)씨는 “단속반들이 오후 5시께 공장 양쪽 문을 가로막더니 순식간에 들이닥쳐 수갑을 채워 사라졌다”며 “혼자서는 할 수 있는 일도 없어 손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장 김아무개(43) 대표는 “납품 일자를 맞추지 못해 거래처를 뺏기고 나면 어떻게 다시 재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욕실용 슬리퍼를 생산하는 ㅎ업체 대표는 “이번에 또 단속을 맞으면 우린 부도를 낼 수밖에 없다”며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불법인 건 알지만 이곳에 들어와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는데 어쩌란 말이냐”고 토로했다.

단속 대상인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외려 체념한 듯 담담했다. 지난해 11월 단속을 피하려다 오른팔을 다친 알롬(40·방글라데시)은 치료가 끝나지 않았지만 공장 일을 쉬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일을 쉬게 되면 당장 생활비와 치료비에 문제가 생겨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네팔 출신의 호빈(30)은 “단속이 정말 무섭지만 고향의 가족들 때문에 잡힐 때 잡히더라도 일을 계속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문 하나 없는 호빈의 숙소엔 ‘STOP CRACKDOWN’(강제단속을 멈추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남양주/글·사진 노현웅 이승준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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