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뉴타운 개발로 헐릴 마을의 역사를 담은 책 <염리동 마을 이야기>를 함께 쓴 대안학교 학생들과 하자센터 선생님들이 12일 염리동주민센터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 모였다. 왼쪽 두번째가 김수민씨.
소금 창고와 전차 차고 ‘마포종점’이 있던 서울 마포구 염리동, 그 마을 구불구불한 골목과 다닥다닥붙어 있는 집들은 2011년 뉴타운 재개발로 사라진다. 이곳의 살아 있는 역사를 대안학교 학생들이 책 <염리동 마을 이야기>로 모아 썼다.
마을에 대한 10대들의 생각, 염리동에 얽힌 전설과 토박이들의 사연, 이 마을 아이들 인터뷰까지 담은 이 책은 김수민, 조은누리, 이석주, 김은혜 등 10대 8명(사진)이 석달 동안 발품팔아 건져 올린 이야기다. 1964년부터 69년 폐선될 때까지 전차를 몬 기사 전새채씨는 마포종점 자리를 일러줬다. “종을 땡 치면 서고 땡땡 두 번 치면 출발했지. 브레이크가 수동이라 끈으로 묶었다 풀었다 했어. 학생들 회수권 없으면 슬쩍 눈감아줬어.” 김수민(18)씨는 “전차를 본 적도 없어 신기했다”며 “어르신들이 이야기하는 마을은 이웃이 살갑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수민씨가 처음 인터뷰한 사람은 이곳에서 53년을 산 ‘복덕방’ 주인 임갑동씨다. “보름물이란, 우물에서 물이란 물은 다 길어 썼는데 보름은 물이 짜고 보름은 물이 달았지. 비가 오면 빨간 진흙 늪에 빠지기 일쑤라 장화는 필수였고 …. 나뭇가지 묶어 팔아 겨우 연명하던 시절이 있었지.” 마을 이야기에 개인사까지 끌어내려고 네 차례나 방문했다는 김씨는 “처음에는 저도 긴장해서 질문지를 읽기만 하고, 인터뷰 안 해주시겠다는 분도 많았는데 자꾸 가서 꼬치꼬치 묻고 하니 나중엔 친해져 분식집 아저씨는 밥도 더 주시더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5월 염리동주민자치센터와 서울시대안교육센터가 손잡고 기획했다. 기획을 맡은 강원재 하자센터 기획부장은 “청소년들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사라져가는 마을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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