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원장 재임 때 촛불집회 사건 재판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 조사를 받고 있는 신영철 대법관에게 관련 상고심 사건이 배당된 것으로 드러났다. 항소심이 진행중인 다른 촛불집회 사건들이 추가적으로 신 대법관에게 배당될 수 있어, 대법원 재판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대법원 등에 확인한 결과, 신 대법관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와 관련해 지난해 5월 ‘단체 휴교 시위’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 등)로 기소돼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장아무개(20)씨의 상고심 주심을 맡아 심리를 진행중이다. 애초 이 사건은 다른 대법관이 주심이었으나 지난달 신 대법관이 취임하고 재판부 개편이 이뤄지면서 그에게 사건이 돌아갔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은 장씨 사건을 비롯해 전기통신기본법 위반 혐의 사건 세 건을 한 판사에게 배당하는 등 촛불집회 관련사건을 통상적 방식이 아닌 임의배당 방식으로 특정 재판부에 집중 배당해 판사들의 집단 반발을 산 바 있다. 특히 신 대법관은 지난해 8월 형사단독 판사들에게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한 위헌제청 신청을 기각하라’ 취지의 말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장씨 변호를 맡은 정정훈 변호사는 “신 대법관이 유죄의 예단을 가지고 그런 말을 했다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되기 때문에 기피 신청이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신 대법관이 속한 대법원 3부에는 장씨 사건말고도 경찰버스를 훼손한 혐의(일반교통방해·집시법 위반)로 기소돼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윤아무개(36)씨 등 2명의 사건도 배당된 것으로 확인됐다. 신 대법관은 판사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야간집회 금지조항의 위헌제청과 상관없이 현행법대로 선고하라”며 사실상 유죄 선고를 종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법원 진상조사단은 이날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판사들을 상대로 신 대법관과 진술이 엇갈리거나 내용이 불확실한 부분을 추가로 조사했다. 법원행정처는 오는 17일 조사결과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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