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학교 학생회관에 마련된 취업상담 창구에서 12일 오전 학생들(등 보이는 이들)이 기업체에서 나온 인사 담당자들과 취업상담을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채용설명회서 기업특성보다 ‘스펙’ 홍보에 바빠
시작 전부터 ‘만석’…“졸업까지 저주받은 세대”
시작 전부터 ‘만석’…“졸업까지 저주받은 세대”
“채용 규모가 어떻게 되나요?”
“공채 계획은 나왔지만 아직 정확한 규모는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지난 11일 연세대 학생회관 2층 로비. 올해 상반기 공개채용을 시작한 삼성전자·포스코 등이 설치한 취업 상담 창구는 오전부터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점심 시간이 다가오자 20여개 상담 창구에는 학생들이 10~15명씩 늘어섰다. 창구를 찾은 정아무개(26·경제학 4)씨는 “언론에선 공채 인원을 늘렸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지난해보다 공채 기업 수도, 인원도 확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상담이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다른 학생들의 상담에 귀를 기울였다.
학생들은 해당 기업의 특성보다는 자신의 현재 ‘스펙’(취업에 필요한 학력·학점·토익점수 등)에 대한 질문을 주로 쏟아냈다. 김아무개(24·불어불문 4)씨는 “토익 점수, 한자·컴퓨터 자격증, 공모전 수상 경력 등 내 이력을 얘기하고 합격 가능성 등을 상담받았다”며 “다른 건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은데 인턴 경험이 없는 게 제일 불안하다”고 말했다. 2007년 대기업에 취업해 이날 상담 요원으로 나온 김성도(28)씨는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면접 때 뭘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묻는 학생들이 많다”며 “취업 불안감이 큰 때문인지 지난해보다 자신감이 없고 다급해하는 양상이 많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포스코 채용 설명회가 열린 공학원 대강당은 설명회 30분 전에 250개 좌석이 꽉 찼다. 뒤늦게 도착한 50여명은 강당 뒤편에 둘러선 채 설명회를 들었다. “저희 회사 채용 과정의 특징은 합숙 평가인데 ….” 기업 현황과 업무 등에 대한 지루한 설명이 끝나고 채용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참석자들은 허리를 곧추세우고 열심히 메모를 했다. 설명회가 끝난 뒤에도 상당수 학생들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자리를 뜨지 않았다. 채용설명회를 담당한 포스코 직원은 “지난해와 달리 취업 원론에 해당하는 기본적인 내용을 묻는 학생들이 많았다”며 “취업 경쟁에 뒤지지 않으려 사소한 것도 꼼꼼히 확인하려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대기업들이 공채를 줄이고 인턴을 늘리는 것에 불만을 터뜨렸다.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최아무개(27)씨는 “올해는 공채보다 인턴 채용이 대세인 것 같다”며 “6개월이 지나면 또다시 취직 걱정을 해야 하는데, 그걸 취업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3개월 만에 다니던 중소기업을 그만두고 대기업 취업을 준비중인 최아무개(25)씨는 “행정 인턴을 신청해 합격했지만 시간 낭비인 것 같아서 고민 끝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졸 초임 삭감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이른바 ‘이해찬 1세대’인 유아무개(28·금속공학 4)씨는 “우리 학번은 대학 입학도 힘들었는데, 졸업할 때 취업난에 임금까지 깎인다니 정말 저주받은 세대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황춘화 이승준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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