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
소부 변경 등 ‘의혹’…대법원장 빠진 첫 사례
1·2심 유죄 판결 인용한 ‘판례’ 변경 가능성도
소부 변경 등 ‘의혹’…대법원장 빠진 첫 사례
1·2심 유죄 판결 인용한 ‘판례’ 변경 가능성도
우여곡절을 겪던 대법원의 ‘삼성 사건’ 심리가 결국 전원합의체로 넘어갔다. 전원합의체 회부만으로 사건의 결말을 점치기는 어렵지만, 대법관 전원이 심리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에 대한 최고법원의 판단이 더욱 주목을 끌게 됐다.
대법원 1부가 맡은 사건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에 대해 허태학·박노빈 전 사장의 배임 여부가 쟁점이다. 이건희 전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불법적 방식으로 경영권과 막대한 부를 넘기려 했다는 점이 인정돼 1·2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지만 2년 가까이 상고심 결론이 나지 않고 있었다. 반대로, 조준웅 삼성 특별검사가 이 전 회장 등을 기소한 사건에서는 혐의 중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
같은 사안에 판단을 달리한 판결이 대법원에 올라왔고, 이 전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고법의 판결은 기존 판례와도 어긋나기 때문에 전원합의체 회부가 정해진 수순으로 보였다. 허·박 전 사장 사건이 오랜 심리를 거쳤기 때문에 먼저 전원합의체에 회부되고 곧 이 전 회장 사건도 전원합의체로 보내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당시 대법원 관계자는 “두 사건은 핵심 쟁점이 같기 때문에, 나중에 올라온 이 전 회장 사건은 허·박 전 사장 사건의 처리 방향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중순 이 전 회장 사건의 특검법상 상고심 선고 기한이 지났음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두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도 진행하지 않아 의혹을 사왔다. 법학교수들의 집단 고발 이후 10년을 끌고도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은 사법사적으로도 극히 이례적이었다. 더구나 이용훈 대법원장이 허·박 전 사장 사건의 1심 변호를 했었고, 그의 무죄 논리가 이 전 회장 사건의 1·2심에 반영되기도 했다. 삼성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부쳐지면 대법원장이 재판에서 빠지는 첫 사례가 된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낀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의혹은 지난 1월 허·박 전 사장 사건 재판부가 합의된 결론 도출에 실패해 전원합의체 회부가 결정됐는데도, 지난달 재판부 개편 뒤 대법원이 “새 재판부가 원점에서부터 심리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확산됐다. 의견을 달리하는 대법관을 배제하기 위한 재판부 개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것은 소부 소속 대법관들 사이에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판례를 변경하기 위해서일 가능성도 있다. 허·박 전 사장 사건은 하급심에서 기존 대법원 판례를 따라 유죄를 선고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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