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탤런트 장자연(29)씨가 숨지기 전 쓴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 화면촬영
방송사·기업체·언론사 간부들 실명과 직책 명시
일부 “불려나가 합석” 해명…경찰,공표엔 신중
전 기획사 대표 의혹 부인…사실일 땐 폭행죄
일부 “불려나가 합석” 해명…경찰,공표엔 신중
전 기획사 대표 의혹 부인…사실일 땐 폭행죄
탤런트 장자연(29·여)씨가 숨지기 전 쓴 것으로 짐작되는 문건에 “소속사 대표가 1년 가까이 술시중과 성상납을 강요했다”며 접대 대상 인사 10여명의 실명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문건의 진위 여부와 작성 경위, 문건에 언급된 관련자들의 범죄 혐의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 ‘접대’ 대상은 누구? <한국방송>이 입수해 경찰에 건넨 A4용지 4쪽 분량의 문건에는, 장씨가 소속사 전 대표 김아무개(40)씨한테 성상납과 술시중을 강요당했다는 내용과 함께, 접대 대상으로 현직 방송사 피디와 기업체 임원, 언론사 고위 인사 등의 실명과 직책이 나와 있는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문건에 장씨에게 접대를 강요했다는 10여명의 실명이 들어 있다. 이들 중 몇몇은 ‘접대를 받은 게 아니라 나도 불려나가 합석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이 보도한 문건을 보면, ‘(소속사 대표인) 김○○ 사장의 강요로 얼마나 술접대를 했는지 셀 수가 없다’, ‘2008년 9월경 △△룸싸롱 접대에 나를 불러서 … 잠자리 요구를 하게 만들었다’, ‘어떤 감독이 태국에 골프 치러 오는데 드라마 스케줄 빼고 술 및 골프 접대를 요구했다’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이에 대해 장씨의 소속사 전 대표 김씨는 “성상납과 술시중을 강요한 적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일본에 머물고 있다. 또 문건에 거론된 언론사 고위 인사 쪽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으며, 방송사 피디는 휴대전화를 꺼놓아 연락이 닿지 않았다.
■ 문건 왜 작성했나? 경찰은 장씨가 남긴 문건이 ‘사실관계 증언’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본다. 문건 맨 앞에는 ‘배우 장자연의 종합적인 피해사례입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고, 맨 끝에는 장씨의 이름, 주민번호, 손도장이 찍혀 있다. 공증 서류 등에 쓰는 ‘간인’(앞뒤쪽 문서에 동시에 도장을 찍는 것)도 찍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연예계에서는 장씨를 둘러싼 기획사간 ‘분쟁’이 문건이 나온 배경이라고 보기도 한다. 장씨의 전 매니저 유아무개(29) ㅎ기획사 대표는 지난 13일 경찰 조사에서 “장씨가 숨지기 2주일 전부터 나를 찾아와 괴로움을 호소하면서 자필로 쓴 문건을 줘 유족들에게 건넸다”며 ‘장씨의 죽음은 단순 자살이 아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씨는 이날 밤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자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김씨는 장씨를 영입한 뒤 지난해 12월 기획사 대표에서 물러났으며, 유씨는 김씨 밑에서 일하다 지난해 중순께 따로 기획사를 차려 독립했다. 이와 관련해 김씨는 “내가 유씨를 상대로 4건의 소송을 제기하자 유씨가 그것에 대항하기 위해 벌인 자작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경찰 수사 경찰은 일단 문제의 문건이 장씨가 직접 쓴 것이 맞는지 필적을 조사하는 한편, 유가족과 매니저 등을 불러 문건 내용의 사실 여부를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유씨가 ‘장씨가 문건을 작성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경찰이 입수한 것과 같은 것인지는 불확실하다”며 또다른 문건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문건 내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강요·폭행죄, 배임수재·뇌물죄 등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성상납과 술자리 강요 등과 관련돼 이름이 거론된 인사들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 뒤 공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경찰은 지난 14일 장씨의 집과 전·현 연예기획사 사무실 등 8곳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12대와 각종 문서 등 모두 59점을 확보해 정밀 분석중이다.
성남/김기성 김성환 기자 player009@hani.co.kr
성남/김기성 김성환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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