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한 건물에 둥지를 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생들과 법대 학부생들 사이의 감정싸움이 학부생들의 집단행동 조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서울대는 최근 올해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개방한 법대 5층 열람실 앞에 설치한 사물함 348개 가운데 150개를 로스쿨 재학생들에게 먼저 배정하겠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대해 학부생들이 “왜 로스쿨생들에게 특혜를 주냐”며 문제 제기에 나서 학부생들과 로스쿨생들의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법대 2학년생은 “내년에 들어오는 로스쿨 신입생(150명)들에게도 사물함을 배정하면 5층 사물함은 로스쿨생들만 독점하라는 것”이라며 “로스쿨생들을 위한 열람실을 만들려고 공사 소음과 먼지를 참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법대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법학도서관 1층과 15동 건물 5층 등 2곳의 대형열람실 가운데 법학도서관 열람실이 개축을 위해 조만간 문을 닫을 방침이어서 로스쿨생들과의 치열한 자리 다툼도 예상되고 있다.
이에 일부 학부생들은 “로스쿨생들은 점령군”이라고 주장하며, 학부생 사물함 신청 일괄 거부 및 법학도서관 폐쇄 반대 운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법대생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 로스쿨을 나오면 쉽게 변호사가 될 수 있는 로스쿨 제도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사건이 학부생들의 불만에 기름을 부은 꼴”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결과적으로는 학부생들이 쓸 수 있는 5층 사물함이 기존의 50개에서 200개로 늘어난 셈이지만 상대적 박탈감 때문인지 학부생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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