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대부분 부부·퇴직여행 즐기던 평범한 시민들
예멘 남동부 시밤 지역에서 폭발 사고를 당한 사망자 가족들은 16일 갑작스런 비보를 전해듣고는 넋을 잃은 채 할 말을 잊었다. 이날 피해자 가족들은 여행사와 외교통상부 청사를 오가며 현지 상황을 파악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부부 여행을 떠났다가 아내 신혜운(55)씨와 함께 숨진 주용철(59)씨의 동생(56)은 “도저히 믿기지 않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현장에 직접 가서 내 눈으로 보았으면 좋겠는데 여권이 없어 가지 못하고 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또다른 사망자 박봉간(70)씨 딸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직 경황이 없어 아버지(주검)가 어떻게 돌아오실지 기다리고 있다”고만 말했다. 사망자 김인혜(64)씨 남편은 이날 새벽 여행사 사무실로 찾아와 현지에 있는 여행사 사장과 잠시 통화한 뒤 침통한 표정으로 “연락을 기다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사고를 당한 관광객들은 대부분 부부 동반 여행이나 퇴직 여행 등을 즐기던 평범한 시민들이다. 주용철·신혜운씨 부부는 자녀가 없어 평소에도 자주 함께 여행을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혼자 여행을 떠났다가 숨진 박봉간씨는 광주문화방송 상무와 언론중재위원 등을 지낸 퇴직 언론인이다. 부상자 박정선(40)씨는 올해 초 다니던 증권회사를 그만두고 예멘으로 여행을 떠났다고 가족들이 전했다.
이번 여행을 기획한 테마세이투어 여행사는, 애초 여행 일정으론 사고 당일인 15일 예멘 세이윤에 가야 했으나, 전날인 14일 방문했던 시밤 지역을 다시 한번 더 가보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 사고 지역으로 되돌아갔다고 밝혔다. 정해진 일정대로였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관광객 일행은 17일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여행사 쪽은 “현지에 있는 관광객 일행 12명은 17일 오후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며, 주검은 예멘 부통령이 직접 조사하고 있어 귀환 일정이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이날 자정께 박씨의 가족 2명과 김씨의 남편 등 유가족 3명이 인천공항을 출발해 예멘 수도 사나로 향했다.
한편, 예멘 여행은 일반인이 잘 찾지 않는 상품으로, 여행사는 2006년 이래 3년 만에 기획했다가 뜻하지 않게 큰 사고를 당했다.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객 16명 가운데 3명을 빼고는 모두 우리 여행사를 통해 여러 차례 여행했던 여행 베테랑들이었다”며 “대부분 아는 분들이 사고를 당해 슬픔이 더 크다”고 말했다.
최현준 송채경화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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