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에서 발생한 외국인 대상 테러 일지
[알카에다 테러’ 잠정 결론]
“한국 좋아한다” 대화나눈 현지인 떠난뒤 ‘꽝’
전형적 알카에다 수법…테러범 동영상 발견
‘한국인 대상’ 판명땐 정치·외교적 파장 클듯
“한국 좋아한다” 대화나눈 현지인 떠난뒤 ‘꽝’
전형적 알카에다 수법…테러범 동영상 발견
‘한국인 대상’ 판명땐 정치·외교적 파장 클듯
한국인 관광객 네 명의 목숨을 앗아간 예멘 테러 공격 사건을 누가 왜 저질렀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지 경찰은 알카에다의 ‘자살 폭탄’ 테러 공격으로 잠정 결론내리고 있지만 왜 한국인이 희생양이 됐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남는다.
현지 경찰은 초기 수사를 통해 “폭탄 조끼를 입은 자살 폭탄 테러범이 벌인 사건”으로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형적인 알카에다식 테러 수법이다. <데페아>(dpa) 통신은 이 테러범이 18살이 안 된 대원이며, 그가 남긴 동영상을 경찰이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하는 조직은 아직 없다. 그러나 예멘이 1990년대 이래 전통적으로 전세계 이슬람주의자들의 ‘텃밭’이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이슬람주의 세력인 알카에다가 연관됐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예멘은 알카에다의 창립자이자 최고지도자인 오사마 빈라덴의 고향이고, 그 집안의 오랜 근거지다. 9·11 이후에는 정부가 미국의 대테러전쟁 지원을 선언하고 무장세력 진압에 나서기도 했지만, 고질적인 국내 갈등과 중앙권력이 미치지 않는 부족 자치 앞에 큰 성과를 못 거뒀다.
이슬람주의 세력은 이슬람 성지로 가득한 아라비아 반도에 타종교 외국인들의 발길이 닿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때문에 예멘에선 관광객이나 외교관을 겨냥한 무장세력의 공격이 끊이지 않는다.(표) 5m 높이의 담으로 둘러싸인 이곳의 외교가는 삼엄한 경계 속에 운영되고 있다. 자치 부족들이 외국인을 납치해 정부 당국과 ‘거래’에 나서는 일도 잦다.
이번 공격의 피해자들은 테러 당일 사건 현장은 인적이 드문 상태였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사고 직전엔 10대와 40대의 현지인으로 추정되는 남성 2명이 일행에게 다가와 서툰 영어로 “우리도 한국을 좋아한다, 언젠가 한국에 가고 싶다”며 30분 남짓 대화했고, 이들이 현장을 떠난 지 5분 만에 폭발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이 남성이 테러범일 것이라는 피해자들의 추측대로라면, 알카에다 대원이 한국인임을 확인하고 공격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테러 공격에 희생된 한국인 관광단의 행동에서 특별히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을 자극할 수 있는 선교 행위 등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물이 터졌을 때 관광객들은 차에서 내려 해질녘 시밤의 풍경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인 대상 테러’로 판명될 경우 그 정치·외교적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2004년 이라크에서의 김선일씨 피살 사건과 2007년 7월 개신교 선교 목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 갔던 한국인 두 명이 탈레반 세력에 목숨을 잃은 ‘샘물교회 사건’ 등 악몽을 떨치지 못하는 국민들이 받을 정신적 타격뿐만 아니라, 정부의 대중동 외교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외현 이제훈 최현준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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