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헌법재판소 소장
지난해 10월 신 대법관 접촉 확인
신영철 대법관이 지난해 10월 이강국 헌법재판소 소장을 찾아가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한 위헌제청 사건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는 요청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 이 소장이 거짓 해명을 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은 16일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집시법 위헌제청과 관련해 신 대법관이 이 소장을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김 처장은 신 대법관이 지난해 10월13일 이 소장을 헌재로 찾아가 만난 상황과 관련해 “신 대법관은 헌재 소장이 ‘사건이 접수되기 전이라 위헌제청된 사실도 몰랐고, 위헌제청이 됐더라도 일반적인 주심 재판관들이 하는 것이지 헌재 소장이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덕담을 했다고 한다”며 “이 소장은 자신이 왔었는지, 어떤 논의를 했었는지 기억을 못할 것이라고 얘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김 처장은 이 소장도 조사했는지에 관해서는 “사안의 본류와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 더이상 추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 대법관은 지난 5일 이 소장과의 회동 의혹에 대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헌재 소장과는 가끔 전화도 주고받고 뵙기도 하는 사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제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진상조사단에서는 접촉 사실과 경위를 진술한 것이다.
이번 파문과 거리를 두려고 해 온 이 소장도 사실상 거짓말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소장은 공식적으로 “그런 사안과 관련해 신 대법관을 만난 적도,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진상조사단이 이 소장까지 본격적으로 조사하지 못한 것은 다른 헌법기관의 수장을 조사할 방도가 마땅찮은데다, 기관간 갈등으로 사안이 번질 가능성을 염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사단은 두 사람이 만난 사실도 발표문에는 넣지 않다가 기자의 질문이 나온 뒤에야 이에 답하는 형식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만난 날은, 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 판사들을 상대로 촛불사건 진행이나 보석과 관련해 압력성 행태를 보인 날로 밝혀져 신 대법관의 헌재 방문 배경에 대한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소장 쪽은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노희범 헌재 공보관은 “(위헌제청 문제로 신 대법관을 만난 적이 없다는) 입장에는 원칙론적으로 바뀐 게 없다”며 “이 소장은 신 원장한테서 (위헌제청 사건을) 빨리 처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지 기억하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노 공보관은 “이 소장은 신 대법관이 몇차례 인사차 찾아온 것은 기억나는데 다른 내용은 일체 기억을 못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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