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 움직임에 “자가당착” 비난
대법원이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규명에 결정적 자료가 된 전자우편의 언론 공개 경위에 대해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사실상 ‘내부 고발’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18일 “재판 독립을 주장하는 방법이 오히려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제기된 부분에 대해 법관 윤리강령에 위반되는지 등을 조사할 수 있다고 본다”며 “조사를 하게 된다면 (판사가) 이메일을 (언론에) 건넨 것에 불순한 의도가 있었는지, 법률적 문제가 없는지 등을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메일 유출 경위 조사가 확정된 것은 아니며, 조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서 “이번 문제제기가 사법부 독립이나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제기됐다는 의심을 살 수 있는 측면이 있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판사들의 행동이 법관 윤리강령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는 질의에 공감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신 대법관의 재판 개입에 대한 불만을 법원 내부 시스템이 아니라 이메일을 언론에 유출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불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일부 언론은 이날 이메일을 건넨 것으로 지목된 판사의 사진까지 보도하며 공개 경위 조사를 부추기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법원의 이런 태도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7월 판사들의 집단적인 문제제기가 있은 뒤에도 이를 해결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 이메일 내용이 ‘재판 개입’이라는 결론을 스스로 내놓은 마당에 법원이 이메일 내용이 알려지게 된 과정을 문제삼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지난 6일 ‘이메일 유출에 의도가 있다’는 신 대법관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젊은 법관들의 충정으로 봐야지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한 바 있다.
한 법원 관계자는 “고위 법관들 사이에선 재판 개입 논란이 불거진 방식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다”며 “하지만 법원행정처 내부에서도 아직까지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은 19일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 대법관을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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