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통에 다국어를’ 이주여성들 하소연, 그래픽 김영훈 기자kimyh@hani.co.kr
전북 장수에 사는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 ㄴ(24)은 최근 간질 증세를 보인 세살박이 아들을 병원에 데려갔다. 의사는 영양결핍이 원인이라고 했다. 분유통에 쓰인 한국어 설명을 제대로 읽지 못해, 분유를 턱없이 적게 먹여 온 것이다. 이 때문에 아들은 발달장애 증상까지 보였다. 시어머니와 남편이 있었지만 분유를 먹이는 건 순전히 ‘엄마의 몫’이었다.
분유 등 육아용품의 사용 설명서가 한국어로만 제공돼 결혼 이주여성들이 애를 먹고 있다. 이주여성들은 대부분 한국에 오자마자 아이를 낳지만 한국어를 익히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경기 안산에 사는 베트남 여성 ㅎ(24)은 “열 달 동안 젖을 먹이다 직장을 다니게 돼 분유를 먹여야 하는데 사용 설명이 한국어로만 돼 있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16개월 된 아들을 키우는 베트남 여성 ㅁ(28)은 “한국어가 아직 서툴러, 베트남어로 된 설명이 함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유업체들 중에 제품에 다국어로 사용법을 적은 곳은 한 곳도 없다. 제품 홍보를 위해 누리집에 영어와 중국어 서비스를 하는 정도일 뿐, 동남아 이주여성 출신국 언어로 사용법을 올려놓은 곳은 거의 없다. 김이승현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은 “누리집에 외국어 서비스를 하고 분유통에는 다국어로 ‘홈페이지 안내 참조’라고 써놓는 것만으로도 이주여성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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