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표준편차 고려해 가중치…특목고 학생 유리
대교협 제출자료 ‘-↔+’ 뒤바뀐 산출공식도 드러나
대교협 제출자료 ‘-↔+’ 뒤바뀐 산출공식도 드러나
고려대가 2009학년도 수시 2-2학기 일반전형에서 특목고와 비평준화 지역 우수고 학생들의 내신 등급을 높여 주는 방식으로 고교등급제를 실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의혹을 조사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고려대가 모집요강과 다른 내용이 담긴 소명서를 냈는데도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해 ‘부실 조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우수고’에 가중치 진보신당은 18일, 고려대가 대교협에 지난 2월 제출한 ‘수시 2-2 일반전형 추가 소명서’를 공개했다. 이 소명서를 보면, 내신 5.2등급을 받은 한 특목고 학생이 고려대의 ‘교과영역 성적 산출’ 과정을 거쳐 2.9등급으로 상향 조정됐다. 다른 특목고 학생 3명은 4.1등급에서 2.4등급으로 높아졌다.
고려대의 내신 등급 조정은 3단계의 ‘교과영역 성적산출’ 과정을 통해 이뤄졌다. 1단계는 학교 시험문제를 어렵게 낸 고교는 등급을 올려주고 쉽게 낸 학교는 등급을 낮추는 등 시험 난이도와 학생 수를 고려하는 방식이다. 여기까지는 다른 대학들과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2~3단계다. 진보신당이 고려대가 학교 누리집에 밝힌 모집요강과 소명서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고려대는 2~3단계를 거치면서 지원자 출신 학교의 과목별 평균과 표준편차를 재조정해 ‘평균이 높고 표준편차가 적은’ 고교에 가중치를 부여해 등급을 높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진학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 ㄱ고 이아무개 교사는 “특목고나 비평준화 지역의 이른바 일류고는 학생들의 성적이 좋고 학력 차이가 크지 않아 교과 평균이 높고 표준편차는 적다”며 “고려대의 가중치 혜택은 특목고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원 진보신당 연구원은 “학생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지원자가 어찌할 수 없는 출신 학교의 성적을 입시에 반영한 것은 고교등급제 소지가 있다”며 “고려대가 복잡한 수식을 거쳐 고교 사이의 학력 격차를 교묘히 반영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 대교협 부실 조사 논란 대교협 윤리위원회가 고려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았던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학생들의 내신 등급을 조정하는 성적 산출 공식 가운데, 고려대 모집요강에 ‘-’로 돼 있던 부분이, 소명서에는 ‘+’로 바뀌었는데도 대교협은 이를 전혀 모른 채 조사를 진행했다.
진학 담당인 송치수 대전 청난여고 교사는 “기호가 플러스냐, 마이너스냐에 따라 내신 등급의 조정 폭이 달라진다”며 “이 수식은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기초적인 산술식인데, 대교협이 수식이 달랐다는 것도 몰랐다니 도대체 조사를 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교협 관계자는 “수식이 다른지 몰랐다”며 “고려대 쪽에 확인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고려대 쪽은 “아무것도 대답해 줄 수 없다”며 언급 자체를 꺼렸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