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로비 수사…불법자금 의혹 단서확보
김해 김맹곤 전 의원·김혁규 전 지사도 거론
김해 김맹곤 전 의원·김혁규 전 지사도 거론
박연차(64·구속 기소)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과 관련해 이광재 민주당 의원(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수사의 칼끝이 참여정부의 핵심으로 향하는 가운데, 현직 의원을 포함한 지역 정치인들도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는 등 수사의 폭이 확대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19일 박 회장에게서 불법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 의원의 소환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팀 관계자는 “소환 통보는 아직 하지 않았지만 수사 상황을 보고 있다”고 밝혀, 소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 의원이 수사 대상임을 인정한 것으로, 검찰은 박 회장 주변 계좌추적과 진술 등으로 단서를 확보하고 소환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부터 검찰이 벌여온 각종 사정수사에서 이 의원의 이름은 줄곧 거론됐다. 대검 중수부가 지난해 5월부터 반년 가까이 진행한 공기업 비리 수사에서는, 검찰이 공식 부인하는데도 강원도 출신인 이 의원과 강원랜드를 둘러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의원은 또 지난해 6월부터 신성해운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다 최근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된 바 있다. 이 의원 쪽은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대로 박 회장에게서 정식 후원금을 제외하고 부정한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떳떳한 만큼 검찰이 요청한다면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자금 수수 단서가 잡힌 경남지역 정치인들의 이름도 늘고 있다. 검찰은 김맹곤(64)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박 회장에게서 자금을 받은 단서를 확보하고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후원 내역 등을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법정 한도를 넘어선 돈이 불법적으로 건네진 점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전날 체포한 송은복(66) 전 김해시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한편, 2005년 4월 국회의원 재선거 과정에서 5억원을 받은 혐의로 이정욱(60)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을 구속했다.
박 회장과의 관련 의혹이 제기된 권경석 한나라당 의원(경남 창원갑)은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2002년 김혁규 전 경남지사가 마련한 공직 퇴직 위로연에서 박 회장과 동석을 했고, 당시 김 전 지사로부터 전별금을 받은 사실은 있다”며 “하지만 박 회장으로부터 어떤 명목으로도 돈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 역시 경남에 기반을 두고 정치생활을 해 왔고, 2006년 박 회장에게 열린우리당 의원들에 대한 후원금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어 검찰이 눈여겨보는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 회장 사이에 50억원의 돈거래가 있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쪽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박 회장에게 특혜나 이권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