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자연의 전 매니저 유장호가 17일 오후 서울 부암동 AW컨벤션센터(하림각)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원본 소각 전 여러장 복사 유출 의혹도
장자연 문건 갈수록 의문
이른바 ‘장자연 문건’은 어디까지 유포됐고, ‘제3의 문건’은 실재하는 걸까?
경찰은 문건 내용을 처음 보도한 <한국방송>과 <노컷뉴스> 외에도 문건을 갖고 있거나 그 내용을 확인한 언론사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대표가 장씨의 문건에 성상납 대상으로 적혀 있는 유력 일간지의 경우, <한국방송>보다 먼저 문건의 실체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문건을 입수하고 ‘눈을 감은’ 흔적도 나타난다. 경찰은 <노컷뉴스>의 입수 경위를 설명하면서 “문건을 입수할 당시 함께 있었던 2명의 다른 기자에게도 (문건 입수 경위를) 확인해 (문건을 입수했다는) 진술의 신뢰성이 높다”고 밝혔다. 복수의 언론사가 장씨의 문건을 확보했거나 그 내용을 확인했음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장씨가 쓴 7장의 문건 원본이 불에 타 모두 없어지기 전에 여러 장의 사본이 만들어져 유출됐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경찰은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서) 장씨의 전 매니저 유씨와 장씨의 유족과 지인 등 5명이 문건을 태웠으며, 이들 모두로부터 당시 타다 만 종잇조각 없이 재만 남았다는 일치된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국방송>은 문건 입수 경위에 대해 “유씨의 사무실 쓰레기봉투에서 불에 타다 만 문건과 갈기갈기 찢어진 문건을 찾았다”고 밝혔고, 경찰도 폐쇄회로텔레비전 녹화 영상 등을 통해 <한국방송>의 입수 경위가 사실에 부합한다고 인정했다. 이 때문에 경찰 안에서는, 장씨가 문건을 쓴 뒤 일주일 만에 목숨을 끊은 것은, 본인의 뜻과 달리 문건이 여러 장 복사돼 유출된 것에 대한 충격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한국방송>이 공개한 4장의 문건 외에 나머지 3장에 성상납 등과 관련된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장의 문건에 대해 유씨는 “장씨가 작성한 문건 중 4장은 형사고발을 위한 진술서로 지난달 28일 작성한 것이며, 다음날 장씨가 나에게 보내는 3장짜리 편지를 건넸다”며 “이 편지도 유족들과 함께 모두 태웠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유씨가 문건을 태우기 전 복사본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유씨를 상대로 전면 재수사를 벌이고 있다.
성남/김성환 이승준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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