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성상납 문제는 이미 사회적으로 공공연한 사실 아닌가?
연예인에게는 재정과 인맥 그리고 대중매체의 지원사격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필수조건이다. 이것 없이는 아무도 연예계에서 활동할 수 없다. 그런데, 연예계에 도전하는 숱한 인물들 중 자력으로 이런 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되는가?
대다수의 연예인들에게 이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아킬레스의 건에 해당한다. 끼와 외모를 밑천으로 하는 여성 연예인들이 그들에게 기업인, 정치인, 언론방송매체 권력들이 똥파리처럼 달려들어도 맥없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한다.
박정희가 김재규에게 허무하게 암살당하는 현장을 목격한 민간인들은 모두 연예인들이었다. 정치권력의 횡포에 저항할 수 없는 연예인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공개적으로 언론매체를 통해서 드러난 사건이었다. 그 사건 덕에 박정희 시절에는 주로 국가정보기관이 여성 연예인들을 안가에 불러들이는 데 관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군사독재 시절에 일어난 이 일은 이미 대중에게 상식화되어 있는 사실이 아닌가?
이 사건은 실상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연예가에 줄을 댈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여성 연예인들이 성을 상납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에 대해서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력, 금력 그리고 방송언론문화 권력이 힘없는 여성 연예인들을 성상납의 대상으로 바라보면서 군침을 흘리는 모습은 반드시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야 밝혀지는 진실이 아닐 것이다.
군사독재 시절에 힘없는 여성 연예인들이 국가기관에 의해서 불려가곤 하던 일들은 이제는 대중에게 회자될 만한 정보의 가치도 없는, 이미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이다. 대기업체 비서실이 여성 연예인들을 접촉하는 것도 예나 지금이나 의례행사 아닌가? 더구나 신문방송언론 매체 권력이 여성 연예인들에게 그들 몸을 탐하여 접촉하는 건 이미 사회적으로 공공연한 비밀 아닌가?
<왕의 남자>의 스토리가 봉건시대에만 가능했던 것이 아니다. 봉건시대의 멘탈리티와 생활방식이 현대화되어 고스란히 남아있는 지금의 사회에서 여성 연예인들이 권력에게 성을 상납하고 그 대가로 연예인으로서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는 비정상적이고 비인간적이고 비민주적인 악이다. 도덕성을 잃은 눈 먼 권력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주는 행위이다. 이런 것이야말로, 민주사회의 건강성을 재는 한 척도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외에는 자신의 인격의 존엄성을 지킬 수 없었던 한 여성 연예인의 죽음은 그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그 숨은 악을 여실하게 드러내주는 사건이다.
우리가 이 사건을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광명이 있는 곳에서는 대중의 권익에 복무한다고 나발 불고 다니면서 사회의 질서유지를 핏대를 올리고 강조하는 권력들이 밤의 어두움을 틈타서 대중의 인기에 목을 매고 사는 힘없는 여성 연예인들을 찾아 나서서 그들의 욕구를 야만스럽게 채우고 그들 권력의 단맛에 젖어 사는 현실은 우리 사회의 불행이다.
이제 민주화 운동은 새로운 차원에 들어서야 하지 않을까? 가진 자들의 권력의 “부당함과 싸우다가” 자기 목숨을 바쳐서 저항한 그 여성 연예인이 우리 사회 민주화의 새로운 심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외모와 끼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정당한 통로를 상실하고, 권력의 제단 앞에 자기 몸을 바쳐야만 대중에게로 나아가는 길을 열 수 있고, 또 그 길을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으려면 그 제단 주위를 맴돌아야만 하는 현실을 마냥 내버려둔다면 민주주의 사회에 부끄러움이 아닌가?
장 자연 리스트에 실린 족속을 불러 모아서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던 경찰은 오히려 그 족속의 인권을 보호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이다. 그 족속 역시 감히 자기들 이름을 들먹이기만 하면, 아니, “뉘앙스만 비쳐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큰소리치는 모양이다. 도대체 이 뻔뻔한 족속이 누군가?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언론사와 금융업체와 IT 기업의 얼굴들이라는 이 족속은 도대체 누구인가? 어쨌거나, 이 족속이 구린 게 있지만 그 구린 구석을 덮을 만큼 단단히 믿는 게 있는 모양이다. 아무리 봐도 힘없는 여성 연예인이 꽃도 피우기 전에 이슬처럼 세상에서 사라진 것으로 마무리될 기세이다.
이 정권의 속성을 다시 한 번 읽게 해준다. 가진 넘들의 인권은 철저하게 보호되고 못 가진 자들의 인권은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권력시스템이다. 용산 철거민들의 죽음이나 한 여성 연예인의 죽음이나 한 결 같이 이 시스템의 본질을 들춰낸다. 하지만 안타까운 게 더 있다. 연예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집단적 침묵이다. 그들마저 권력과 결탁해서 살아가는 현실을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받아들이는 것인가? 마치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처럼 말이다. 서 세원은 도대체 그 여성 연예인의 죽음에 대해서 뭐라 떠들었던 것일까? 아, 장 자연, 그녀의 죽음이 너무 아깝기만 하다. 그녀의 가족의 심정은 어떠할까? 참으로 안타깝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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