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만 반영해도 공사비 24% 급증 예상
편익 부풀려…시나리오 6개중 5개 경제성 없어
편익 부풀려…시나리오 6개중 5개 경제성 없어
경인운하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국토해양부가 대형 ‘암초’를 만났다. 기획재정부의 내부 문건을 통해 ‘경제성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정부 내부에서부터 경인운하 회의론이 나온 셈이어서 그동안의 논란과는 또다른 차원의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토부가 경인운하 사업 강행의 ‘경제적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내놓은 연구 용역 결과다.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내놓은 연구 용역 결과에서 경인운하의 비용·편익(B/C) 비율을 1.07로 제시했다. 비용보다 편익이 크니 사업을 추진할 만하다는 분석 결과였던 것이다. 물론 이는 정부 쪽에서 의뢰받은 연구 용역이었으며, 국토부 쪽은 이를 경인운하 사업의 타당성을 주장하는 주요 근거로 활용했다.
재정부의 내부 검토 보고서는 이런 경인운하 사업의 근거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경인운하의 비용이 편익보다 클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재정부는 “올해 1월까지 1년간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공사비는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했던 예상치보다 24%가량(1800억원)이나 급증할 것”으로 분석했다. 재정부는 또 편익 항목인 하역료와 경인운하 둑길 통행료 등이 너무 높게 책정돼 물동량 수요가 예상보다 줄어들 것을 염려했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재정부가 제시한 운하의 비용·편익 비율 ‘1.04-α’는 사실상 ‘1 이하’로 여겨진다.
경인운하를 추진할 경제적 근거가 이처럼 정부 내부에서부터 맥없이 무너진 터에 국토부 쪽에서 제기한 추가경정(추경) 예산의 명분 또한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재정부 내부 문건에는 “(경인운하 사업에 따른) 보상비 지원은 금번 지출확대 방향(지방경제 활성화, 내수 진작, 고용 창출 등과 직결되는 사업)과 부합되지 않아 지원 곤란”으로 돼 있다. 부족한 재원으로 당장 급한 일자리 만들기에 쓰기도 빠듯한데 한가하게 땅주인들한테 보상금을 주는 데 쓸 수 없다는 뜻이다. 국토부의 추경 예산 요구에 대한 반박성이다. 국토부는 최근의 화두인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도모’를 이유로 대며, 6월 경인운하 착공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사업부지와 관련한 보상비 1577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분석보다 상대적으로 더 회의적인 재정부의 이런 분석 자체에도 허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터미널 배후단지 분양값을 애초 계획보다 10% 높게 매기면 1400억원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본 게 한 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배후단지 터 면적에 견줘 물동량은 40%에 그칠 것으로 예견한 바 있다. 배후단지가 과잉 공급인데 값을 올리면 물동량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어 금액으로 환산되는 편익도 감소한다. 특히, 분양값을 올린다고 사회적 편익이 늘 것으로 보는 가정은 경제 전체를 아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 분양값이 오르면 이를 사용하는 업체들의 원가가 오르고 결국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재정부의 추가 편익 1400억원을 인정한다 해도 경인운하의 비용·편익 비율은 한국개발연구원의 애초 추정치보다 최소 0.03포인트 더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애초 경인운하 시나리오 6개 가운데 경제성을 띠는 시나리오는 3개에서 1개로 줄어든다. 그동안 정부가 경인운하 사업의 비용은 줄이고 편익은 부풀렸다는 의혹을 더욱 짙게 하는 대목이며 운하 반대론에 힘을 싣고 있다.
허종식 선임기자,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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