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 직원들이 23일 오후 미군 기지가 있는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주변 거리에서 지하수 관측정 뚜껑을 열고 기름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현장] 용산미군기지 주변 기름 제거작업
지하수 윗부분 기름 ‘둥둥’ …“아래도 다 오염된것”
2001년부터 21억원 투입… “반환 전 대책 있어야”
지하수 윗부분 기름 ‘둥둥’ …“아래도 다 오염된것”
2001년부터 21억원 투입… “반환 전 대책 있어야”
손바닥만한 관측정의 철뚜껑을 열자마자 매캐한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서울역으로 향하는 도로 옆의 관측정. 서울시로부터 미군기지 ‘캠프 킴’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기름 제거 용역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직원들이 모여들었다. 서울시는 2006년 7월 용산 미군기지와 길 하나를 두고 자리잡은 ‘캠프 킴’ 주변 지하에서 다량의 기름 유출을 확인한 뒤 10일에 한 번씩 기름을 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기름에 범벅이 된 관측정 안쪽은 시커멓게 변해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한국농어촌공사 직원이 관측정 안으로 유류감지기를 집어 넣자 “삐” 하는 요란한 측정음이 들렸다. 감지기가 기름과 만났다는 소리다. 공사 직원들은 준비된 관을 꽂아 지하수를 빨아올리는 작업에 돌입했다. 관을 밖으로 빼내자 갈색의 기름층과 지하수층이 분리된 채 올라왔다. 직원들은 미군이 사용하는 항공유(JP-8)로 추정되는 기름을 0.5ℓ들이 병에 담아냈다. 이날 기름띠는 20㎝ 정도, 가뭄 때는 1m 정도의 기름띠가 관측될 때도 있다.
이날 기름 제거 작업을 총괄한 공사의 김은진 박사는 “오염 확산을 막으려 기름을 빼내고 있지만 기지 내 오염원을 확인하지 못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지하수 윗부분에 떠다니는 기름의 정도로 미루어 지하수까지 오염이 진행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사는 ‘캠프 킴’ 주변에 오염된 토양의 양을 763t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한 해 동안 이곳에서 57ℓ의 기름을 제거했지만, 기름은 이후로도 계속 관측되고 있다.
서울시는 2001년부터 용산 기지에서 흘러나오는 오염 확산을 막기 위해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주변, 캠프 킴 주변 등에서 21억원을 지출했고, 올해 4억2500만원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문제는 반환 이후다. 2014년 용산기지가 반환되면 주한미군이 발생한 오염 치유 비용은 고스란히 우리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9일 외교통상부·환경부 등이 밝힌 주둔군지위협정(소파)의 환경 관련 조항 협상 결과 △환경 치유 기준 △비용 부담 주체 등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민혁 녹색연합 활동가는 “이렇게 되면 2007년 캠프 하우즈 등 23개 미군기지의 치유비용 3200억원을 우리 정부가 떠안은 것처럼 용산 등 앞으로 반환되는 40개 미군기지의 치유비용도 우리 몫이 될 공산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오염 조사 기간이 50일 정도 연장됐고, 오염 정도를 판단하기 위한 ‘위해성 평가’ 등이 도입돼 전보다 진전된 면이 있다”며 “어느 쪽이 비용을 부담하게 될지는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안다”고 해명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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