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과정에서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평범한 시민이 재개발 사업과정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가능할까.
재개발은 복잡하고 매우 전문적인 사업이다. 도시계획과 각종 인·허가, 조합의 설립과 운영, 부동산의 평가와 배분, 주택의 철거와 신축, 업체의 선정과 계약, 세입자 대책 등 수많은 절차를 거치게 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건축·재개발 신고센터’에 접수된 126개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주민들 스스로 전문가들의 도움 없이 전 과정을 숙지해 일을 처리하기란 매우 힘들다.(그래픽 참조)
평범한 조합원들에게는 시공사 선정 등 중요 결정 사항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 그나마 총회가 끝나고 나면 주민들의 의사를 전달할 길은 막히고 만다. 남는 것은 소송을 걸어 법에 호소하는 길 뿐인데, 판결이 나오려면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든다. 또, 이미 철거가 시작된 지역에서는 조합설립 무효 판결이 난다고 해서 사업을 처음으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실익이 없는 소송도 많다. 결국, 내 집 하나 마련하겠다는 소박한 기대로 참여했던 주민들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불행히도 지금의 제도 아래서는 주민들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음 네 가지 사실을 명심하자.
첫째, 중요 사항의 결의에 앞서 조합 집행부에 객관적인 자료와 충분한 설명을 반드시 요구한다. 자료 요구는 자신의 소중한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또 나중에 법적 다툼에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둘째, 서면 결의를 피하고 총회에 직접 참여한다. 홍보 요원들이 내민 서류에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인감도장을 선뜻 찍어주는 것은 ‘내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라’는 말과 같다. 총회가 열린다는 것은 조합 집행부가 자신들의 뜻대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만큼 동의자를 확보했다는 것이고, 내 생각과 무관하게 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가능하면 인감도장을 내주지 말고 총회에 직접 참석해 결정한다.
셋째, 사업비와 주민부담금 등 사업의 주요한 결정에서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내용을 검토해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넷째, 사업의 인·허가와 관리감독권을 갖는 지방자치단체에게 조합의 전횡을 견제할 역할을 하도록 요구한다. 남은경/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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