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새 소환자 없을 것”
임시국회 앞두고 속도 조절
임시국회 앞두고 속도 조절
열흘 넘게 몰아치던 ‘박연차 로비’ 수사가 4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서는 모양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27일 “열흘 동안 6명을 구속한, 이런 수사는 없었다. 너무 몰아붙인 것 같다”며 속도 조절 방침을 내비쳤다.
지난 17일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체포를 시작으로 27일까지 6명의 전·현직 정치인을 구속하고 박진 한나라당 의원을 소환한 검찰은 일단 이들에 대한 보강수사와 기소에 치중할 계획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공소 유지가 철저히 안 되면 재판 과정이 더 힘들어진다. 다음주(4월 첫째 주)에는 새로운 소환자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4월1일로 예정된 임시국회 개회를 앞두고 수사의 고삐를 조여야 할 검찰이 이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검찰은 4월 회기 중 국회의원 체포를 위한 동의안 이송 절차 등도 밟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일단 ‘여의도’ 수사의 강도를 상당 부분 낮추겠다는 뜻이다.
통상적인 수사 관행과 다른 이런 자세는 면밀한 계산의 결과로 보인다. 현역 의원들의 경우 회기가 시작되면 ‘회기 중 불체포 특권’에 따라 강제수사가 어려워진다. 체포 동의안의 경우도 여야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검찰 수사는 곧바로 형평성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크다. 실제로 박 회장의 금품로비 중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경우는 대개 참여정부 때의 일이라서 여야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에선 이미 “야당 탄압”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특검 수사와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검찰은 한나라당 박진 의원의 경우에도 박 회장한테서 받은 돈의 액수가 구속을 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4월29일 재·보궐선거를 앞둔 정치 일정 역시 검찰로서는 부담스럽다.
결국 검찰은 4월에 무리하지 않는 대신 실익을 챙기기로 한 것 같다. 수사팀 관계자는 “회기 중에는 (의원) 본인이 체포를 당하지 않을 방패막이가 있으니, 저 같으면 4월 (회기)중에 조사받겠다”고 말했다. 강제수사를 하지 않겠으니 자발적으로 나와 조사를 잘 받아 달라는 주문이다. 검찰은 현직 의원들의 경우 4월에 조사를 진행한 뒤 국회가 열리지 않는 5월에 무더기로 신병 처리를 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으로 검찰은 4월에 검찰과 경찰·법원, 국세청 등의 전·현직 공직자들에 대한 소환조사와 형사처벌을 병행할 태세다. 전반적으론 이처럼 두 갈래로 수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수사가 기약 없이 늘어지는 것은 검찰과 정치권 모두 바라지 않는 분위기다. 검찰 고위 관계자도 “길게 끌어 봤자 좋을 것이 없다. 앞만 보고 서둘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의원은 “경제도 안 좋은 상황에서 사정 분위기가 지속되면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낀다. 검찰로서도 부담”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4월엔 전직 정치인과 관계 인사들에 대한 처벌, 5월 초엔 현역 정치인들에 대한 처벌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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