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박연차(64·구속 기소)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서갑원(47) 민주당 의원을 지난 28일 소환한 데 이어 30일에 다시 나오라고 통보했다. 검찰은 서 의원이 출석하면 박 회장과 대질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박 회장과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이에 50억원 규모의 수상한 돈거래를 확인하고 경위를 조사중인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열린 베트남 정·재계 인사 초청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박 회장한테서 수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7일 조사한 박진(53) 한나라당 의원은 추가 소환하지 않기로 했다. 박 의원은 검찰 조사 뒤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동기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부탁으로 행사에 가서 연설을 했을 뿐, 돈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박 의원을 다시 부를 필요가 없다”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검찰은 두 의원의 형사처벌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오른 다른 의원들의 소환 조사를 모두 마친 뒤 한꺼번에 처벌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두 의원의 경우 박 회장한테서 받은 돈이 수천만원대인 것으로 조사돼 불구속 기소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다른 현역 의원 1~2명이 조사를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해 왔지만, 4월 임시국회가 시작되더라도 필요하면 소환 요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006년 박 회장에게 50억원을 송금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김해의 골프장 가야시시(CC)의 지분을 사달라고 건넨 돈”이라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이 돈이 박 회장 등을 통한 신한지주 쪽의 로비자금으로 쓰였는지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라 회장이 이끄는 신한금융지주는 2006년 박 회장이 농협의 자회사 ‘휴켐스’를 헐값으로 인수할 당시 지분 투자에 참여하는 등 박 회장 쪽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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