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회장이 운영하는 경남 김해 정산컨트리클럽의 클럽하우스 벽에 31일 억대를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종학 화백의 그림이 걸려 있다. 박 회장은 2007년 4월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한테서 받은 50억원 중 10억원으로 고 김환기 화백의 그림 두 점을 사는 등 미술품시장에서도 ‘큰손’이었던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정산컨트리클럽 클럽하우스에는 유명 화가의 그림 20여점이 걸려 있고, 김환기 화백의 그림은 창고에 보관중이다. 검찰은 라 회장이 건넨 돈의 구체적 명목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해/연합뉴스
노전대통령쪽 “노건평씨와 관련된 투자자금”
연철호쪽 “박연차, 사업성 검토뒤 투자” 밝혀
검찰 “아직은 노 전대통령 조사계획 없다”
연철호쪽 “박연차, 사업성 검토뒤 투자” 밝혀
검찰 “아직은 노 전대통령 조사계획 없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씨에게 500만달러를 송금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돈의 성격이 무엇이고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씨는 “내가 박 회장에게 부탁해 투자금으로 받은 돈”이라며 “(노 전 대통령은) 한참 뒤에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거액을 순수한 투자금으로 보기에는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 돈 주인은? 베트남 등 국외 창업투자 전문가로 알려진 연씨는 지난해 4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서울에 소규모 투자 컨설팅 업체를 차린 뒤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ㅌ사라는 창업투자회사를 설립했다고 한다. 그는 이 과정에서 박 회장에게 투자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사업성을 검토한 뒤 지난해 2월 ㅌ사 계좌로 500만달러를 입금했다고 연씨 쪽은 설명했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투자 행위였다는 얘기다.
하지만 투자 경위나 시기 등을 따져 보면 석연찮은 대목들이 있다. 연씨의 지인은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 투자가 이뤄진 이유에 대해 “(연씨가)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을 때는 꼼짝 못하다가 (퇴임이 임박했으니까) 투자를 받아도 되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를 의식해 주저해 오다 별 무리가 없다고 판단해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박 회장이 순수한 ‘경제적 판단’에 근거해 연씨에게 500만달러를 선뜻 내놓았을지는 의문이다. 연씨가 청와대 비서관 ㅈ씨를 통해 박 회장에게 연락을 넣은 것도 박 회장이 연씨 너머에 있는 존재를 의식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임기 말인 2007년,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쪽에 “홍콩 계좌에 있는 50억원을 퇴임 뒤 대통령재단을 만드는 데 쓰라”고 제안했다는 한 측근의 전언도 의혹을 키운다. 이 측근은 박 회장의 제안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쪽이 “영수증 처리를 하는 조건이 아니면 받을 수 없다”며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환율로 500만달러는 얼추 50억원 규모다.
이 때문에 500만달러가 노 전 대통령의 퇴임 뒤 ‘활동 자금’인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노 전 대통령 쪽의 거부로 이 돈의 종착점이 모호해지자 노건평씨 쪽이 대신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 노 전 대통령 조사받나 검찰은 지난해 말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한테 차용증을 쓰고 15억원을 빌린 사실을 확인했지만, “퇴임 뒤 돈거래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500만달러가 노 전 대통령의 임기 안에 연씨에게 전달됐다면 차원이 달라진다. 임기 말이라도 대통령이 지닌 막강한 권한을 고려할 때 ‘포괄적 뇌물’죄의 적용이 검토될 수 있다. 만약 조카사위 연씨를 통해 이 돈을 받았다면 ‘제3자 뇌물수수’의 적용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박 회장에게 모종의 특혜를 제공하고, 대가를 퇴임 뒤에 받은 것이라면 ‘사후 수뢰’죄의 적용도 가능하다.
노 전 대통령이 이 돈의 흐름에 직접 관련돼 있지 않더라도 500만달러의 ‘존재’를 안 시점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거액이 친·인척에게 전달된 사실을 일찌감치 알고서도 쉬쉬했다면 법적 책임 이전에 도의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수사팀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노 전 대통령이 이 돈의 흐름에 직접 관련돼 있지 않더라도 500만달러의 ‘존재’를 안 시점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거액이 친·인척에게 전달된 사실을 일찌감치 알고서도 쉬쉬했다면 법적 책임 이전에 도의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수사팀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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