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부채비율 변화 추이
계열사 9년째 늘고 부채비율 1년새 21%P 급상승
이명박 정부가 지난 3월 경제력 집중 억제장치인 출자총액제한제를 없앤 가운데 지난해 재벌들의 자산과 계열사 수는 크게 늘어난 반면에, 재무구조 안정성과 수익성은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자산 5조원 이상의 48개 기업집단을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 제한대상으로 지정해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상호출자 제한대상으로 지정된 41개에 견줘 7개가 늘어난 것이다. 이들 기업집단의 경우 금융계열사가 갖고 있는 다른 계열사의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도 제한된다.
그룹별 자산 순위는 1~5위의 경우 삼성·한전·현대차·에스케이·엘지의 순서가 2006년 이후 4년째 변치 않았다. 중위권에서는 포스코가 9위에서 6위로 상승했다. 에스티엑스가 21위에서 19위로, 대우조선해양이 28위에서 20위로 각각 뛰었다.
48개 그룹의 자산은 지난해 말 현재 1310조원이었다. 이들 중 지난해에 이어 연속 지정된 39개 그룹의 자산총액은 1248조원으로, 한 해 전보다 215조원(20.8%)이 증가했다. 1위 그룹인 삼성은 가장 많은 30조원이 늘어났다. 3위인 에스케이는 13조9천억원, 2위인 현대차는 13조원이 각각 증가했다. 48개 그룹의 평균 계열사 수는 23.7개였다. 이는 2007년 말의 23.1개보다 0.6개 많은 것이다. 평균 계열사 수는 외환위기 직후 기업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한때 감소했으나, 2001년 말 16.3개를 기록한 이후 9년째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계열사 수가 많은 곳은 에스케이(77개), 지에스(64개), 삼성(63개) 등이었다.
반면 48개 그룹의 평균 부채비율은 119.9%로, 한 해 전보다 21.5%포인트나 급증했다. 상호출자 제한대상 기업집단의 평균 부채비율이 100%를 넘은 것은 2004년 이후 5년 만이다. 부채비율 200%를 넘는 그룹도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대한전선, 동양, 한진, 동부, 코오롱, 두산, 에스티엑스 등 15개로, 거의 3분의 1에 이르렀다. 공정위 신영선 시장분석정책관은 “환율 상승으로 외화부채 환산액이 늘어난데다, 자금난에 대비해 차입금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룹별 매출액 당기순이익률은 3.1%로 한 해 전의 6.5%에 견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진·금호아시아나·두산·동부·동양 등은 적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을 많이 낸 그룹은 삼성(9.9조원)·포스코(4.8조)·엘지(4.3조)·현대차(3.8조) 등의 순서였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재벌들이 자산과 계열사 증가 같은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재무안정성과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에서 출총제 폐지 등의 재벌 규제 완화는 자칫 국민경제 전체에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주요그룹 2008년 매출액·당기순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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