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문(63)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박연차 로비’ 전방위 수사
연씨 “전화 넣어달라 부탁”…강금원 등과 ‘노무현 재단’ 논의도
연씨 “전화 넣어달라 부탁”…강금원 등과 ‘노무현 재단’ 논의도
박연차 회장의 돈 500만달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36)씨에게 건너가는 과정에 정상문(63·사진)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다리’ 역할을 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정씨에게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연씨는 지난 31일 지인을 통해 <한겨레>에 “나이가 많은 박 회장에게 바로 찾아가기도 뭣하고 본 지도 오래돼, 정상문 비서관에게 전화 한 통 넣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또 2007년 8월 박 회장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이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재단 설립을 논의하는 자리에도 참석했다. 이 모임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그 때 박 회장이 ‘홍콩에 있는 50억원을 가져다 쓰라’고 했지만, 익명으로는 쓸 수 없어 거절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쪽은 2007년 8월 재단 설립 논의와 2008년 2월 노 전 대통령 퇴임 직전에 이뤄진 박 회장의 투자는 서로 연관성이 없다고 한다. 대통령 재단에 대한 박 회장의 출연이 무산된 상태에서, 연씨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박 회장에게 투자를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재단 설립 논의와 연씨에 대한 투자 사이의 시차가 6개월 남짓 밖에 되지 않는데다, 두 사안에서 논의됐거나 투자된 금액이 거의 비슷한 규모다. 따라서 수사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욱이 정 전 비서관이 두 사안 모두에 등장한다는 점도 의구심을 키운다. 총무비서관은 청와대의 살림을 챙기는 자리다. 정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 공부를 같이 한 고향 친구 사이로, 2003년 11월 청와대에 들어간 뒤 노 전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마쳤다. 그는 지난해 ㅅ해운 세무조사 무마 청탁의 대가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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