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500만달러를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 조카사위 연철호씨의 서울 종로구 신문로 투자상담회사 사무실 들머리에서 31일 한 관계자가 취재진의 접근을 막고 있다.연합뉴스
‘박연차 로비’ 전방위 수사
계약서는? “안썼다”…사용처는? “확인해봐야”
“페이퍼회사 경비로 70만달러 사용” 의혹만 달궈
검, 석달째 ‘연씨 출금’…증거 잡고도 입다문 흔적
* 연씨 : 노 전대통령 조카
계약서는? “안썼다”…사용처는? “확인해봐야”
“페이퍼회사 경비로 70만달러 사용” 의혹만 달궈
검, 석달째 ‘연씨 출금’…증거 잡고도 입다문 흔적
* 연씨 : 노 전대통령 조카
계약서 한 장 없는 500만달러짜리 ‘투자’가 ‘박연차 로비’ 수사를 달구고 있다. “그 돈은 투자금”이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 조카사위 연철호(36)씨의 해명이 되레 의혹을 키우는 기폭제가 됐다.
연씨 쪽은 1일에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받은 500만달러는 투자금이었다”고 거듭 밝혔다. 국외에 투자사를 세우고 이 회사를 통해 베트남 등지에 투자를 계획하던 연씨는 2007년 12월 박 회장에게 사업 내용을 설명하고 투자를 제안했다고 한다. 이미 베트남에 사업기반을 두고 든든한 자금력까지 갖춘 박 회장이 나서 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게 연씨 쪽 설명이다. 사업성을 따져 본 박 회장은 이듬해 1월 연씨가 버진아일랜드에 ㅌ투자사를 설립하자, 그다음 달에 ㅌ사 명의의 홍콩 계좌로 500만달러를 송금했다고 한다.
연씨 쪽은 “박 회장과 정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았고 구두로 5년간 (5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돈을 받은 뒤로 서너 차례 투자 상황을 박 회장에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 500만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하며 사업성까지 검토했다는 박 회장이 연씨와 투자 계약서 한 장 작성하지 않았다는 점은 상식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이익 배분 등을 정하는 약정도 없이 당시 환율로 50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연씨에게 줬다는 것인데, ‘정상적 투자 행위’라는 연씨 쪽 해명과도 잘 맞지 않는다. 더욱이 연씨는 박 회장이 자신을 낯설어할까봐 박 회장과 절친한 정상문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전화 주선을 부탁하기까지 했다. 선뜻 500만달러를 투자했다는 관계치고는 적잖은 거리감이 느껴진다.
이에 대해 연씨 쪽은 “우리가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했지만 박 회장이 나중에 쓰자고 미뤘다. 박 회장의 스타일이 원래 그렇다”고 말했다.
500만달러 가운데 200만달러가 베트남·미국·필리핀·타이의 현지 기업 등에 투자됐고 70만달러는 투자 경비로 쓰였다는 연씨 쪽 설명도 석연치 않다. ㅌ사는 조세피난처로 유명한 버진아일랜드에 설립 신고만 했을 뿐 사무실을 운영하지 않고 있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그런데도 투자금의 절반이나 되는 70만달러를 경비로 썼다고 한다. 이에 연씨 쪽은 “실제 경비가 70만달러인지는 확인해 봐야 한다”면서도 “ㅌ사는 한국과 베트남에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홍콩 쪽에 요청한 계좌추적 결과가 나와 봐야 안다”는 원론적 태도를 보였지만, 투자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거액이 노 전 대통령의 인척에게 전달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 세종증권 매각 비리 수사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세종증권 주식을 거래한 의혹과 관련해 연씨를 조사했던 검찰은 석 달이 지나도록 그를 출국금지로 묶어두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이 500만달러의 존재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물밑 조사를 벌여왔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수사팀 관계자는 “500만달러가 국내로 들어온 흔적은 없다”고 밝혀, 검찰 수사는 박 회장이 500만달러를 건넨 ‘목적’이 무엇인지, 그 국외 계좌가 누구와 연결되는지에 집중될 전망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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