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속도 낼것”…정상문 소환시기도 저울질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비자금 금고’ 구실을 한 태광실업의 홍콩 현지법인 에이피시(APC)의 계좌추적 자료가 조만간 검찰 손에 들어온다. 6747만달러나 되는 비자금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갔는지 경로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검찰은 특히 박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씨에게 건넨 500만달러의 전달 경로와 사용처 등이 확보되면, 이 돈의 성격과 실제 주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게다가 2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500만달러의 존재를 퇴임 직후에 알았다는 새로운 ‘증언’이 나옴에 따라, 이 자료는 경우에 따라 ‘판도라의 상자’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봉하마을’ 측근들은 노 전 대통령이 이 돈의 존재를 불과 열흘 전쯤에야 알았다며 연관성을 차단하는 데 급급해왔다.
연씨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ㅌ사의 홍콩 계좌를 통해 박 회장한테서 ‘투자금’ 500만달러를 받았다고 밝혔다. 홍콩 쪽 계좌로 받은 이유에 대해선 “해외 투자에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씨는 이 돈 가운데 절반 가량인 270만달러를 이미 투자 등에 사용했다고 한다. 검찰은 “버진아일랜드에 투자한 자료는 별도로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홍콩 사법당국이 보내올 자료만으로도 상당 부분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선 500만달러의 성격을 두고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에게 제공한 특혜의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박 회장은 2006년 태광실업의 베트남 현지 업체인 태광비나를 통해 베트남 정부가 추진하던 20억달러 규모의 무연탄 화력발전소 건설사업 진출을 시도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3월 말 사업 승인을 따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박 회장은 이보다 한 달 전 연씨에게 문제의 500만달러를 송금했다.
신발 제조업체로 발전사업 경험이 전무한 박 회장 쪽은 2006년 12월 한전에 사업 참여를 요청했다. 한전이 박 회장 쪽과 보조를 맞추도록 노 전 대통령 쪽에서 힘써 준 대가로 500만달러가 전달됐을 수 있다는 것이 의혹의 뼈대다.
이에 대해 한전은 “실무진 사이에 구두 협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 뒤 컨소시엄을 구성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태광 쪽이 승인을 못 얻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에이피시 계좌에 박 회장이 계열사간 ‘3각 무역’을 위장해 챙긴 배당이익말고도 자금 출처가 다른 비자금도 섞여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가 “계좌 추적 자료를 통해 에이피시 계좌에 어떤 자금이 있고, 어디로, 어떻게 전달됐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남일 최원형 기자 namfic@hani.co.kr
김남일 최원형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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