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대통령 인지시점 ‘최근→퇴임직후’ 말 바꿔
검찰 “연씨 보고 줬다 납득안돼…증거와의 싸움”
검찰 “연씨 보고 줬다 납득안돼…증거와의 싸움”
‘500만달러는 누구를 위해 전달됐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500만달러’의 존재를 퇴임 직후인 지난해 3월에 알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씨에게 거액을 건넨 ‘진의’가 무엇이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의 인지 시점과 함께 그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 또는 처벌 가능성을 재는 잣대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검찰은 아직까지 박 회장한테서 500만달러의 성격에 대한 ‘진술 조서’를 받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조서 작성 전 ‘진술 청취’ 과정에서 500만달러와 관련한 박 회장의 ‘말’이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 목적”이었다는 연씨 쪽 해명과는 다른 박 회장의 진술을 검찰이 이미 확보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검찰은 지난해 말 태광실업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이 500만달러 거래와 관련된 장부 등을 확보한 뒤 치밀한 ‘퍼즐 맞추기’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인지 시점보다 500만달러의 실체다. 돈이 직접 오갔더라도 성격에 대가성이 없으면 처벌할 수 없지만, 간접적 또는 우회적으로 수수된 금품이라도 대가성이 드러나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은 지난해 말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 박 회장과 15억원의 돈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법률적으로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고 수사를 접었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에 돈을 빌렸고, 차용증까지 쓴 거래임을 확인한 뒤 내사 종결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수사 대상으로 떠오른 500만달러는 그 성격이 다를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직접 받지는 않았지만,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을 명백히 의식하며 이 돈을 건넸고, 노 전 대통령도 그런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면 ‘사후 보은=포괄적 뇌물’의 등식이 성립할 수도 있다. 박 회장은 참여정부 시절 사세를 확장하는 한편, 대통령 후원자라는 후광을 누렸다.
특수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퇴임 뒤에 500만달러를 인지했더라도 ‘이 돈이 대통령을 위한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주변 사람으로부터 들었다면, 그 순간부터 범죄의 고의가 인정돼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1997년 4월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부정축재 사건 판결에서 “대통령은 국정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직접적인 명목 없이 받은 돈이라도 ‘포괄적 뇌물’로 봐야 한다”는 판례를 내놓았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박 회장에게 ‘조카사위를 잘 봐달라’고 부탁하고, 박 회장이 연씨에게 500만달러를 투자했다면 ‘제3자’인 연씨에게 혜택이 돌아갔으므로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쪽의 해명도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쪽이 재임 기간에는 몰랐다고 하면 (검찰이) 문제 삼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퇴임 뒤’에 알았다는 점을 강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 회장이 어떤 의도로 연씨에게 돈을 건넸든, 노 전 대통령이 이를 몰랐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면 형사처벌은 어려워진다. 한 검찰 간부는 “상식적으로 박 회장이 단순히 연씨를 보고 그 큰돈을 건넸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결국 이 사건은 (돈의 성격이나 실체와 관련된) 증거와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반면 박 회장이 어떤 의도로 연씨에게 돈을 건넸든, 노 전 대통령이 이를 몰랐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면 형사처벌은 어려워진다. 한 검찰 간부는 “상식적으로 박 회장이 단순히 연씨를 보고 그 큰돈을 건넸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결국 이 사건은 (돈의 성격이나 실체와 관련된) 증거와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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