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내부보고서 공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간부 성폭력 사건과 거짓 진술 강요를 조사한 내용을 담은 ‘성폭력 사건 조사 보고서’를 3일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외부 여성전문가 등 5명으로 구성된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 특별위원회가 낸 보고서는 “민주노총 일부 간부들이 조직 보위 논리에만 의존해 피해자에게 어떤 생각도 묻지 않은 채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며 “성폭력 피해자의 상황과 고통에 공감하고 조직의 책임을 통감하기보다는 정치적 파장과 조직적 타격을 내세웠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2월 초 일부 간부들은 피해자에게 두 차례에 걸쳐 ‘조직강화위원장인 김아무개씨(44·구속)와 오랜 친분 관계에 의해 부탁을 받고 수배 중인 이석행 전 위원장을 숨겨 줬다고 진술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허위 진술에 대한 피해자의 견해가 참조되지 않아 ‘강요’로 인식되기에 충분하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 김씨가 피해자에게 주도면밀하게 성폭력을 저질렀고, 피해자가 다른 지원단체를 통해 대응하려 하자 일부 노조 간부들이 피해자와 지원단체를 분리시키고 회유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성폭력 이후에도 가해자와 대면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의 고통이 고려되지 않았다”며 “(일부 간부가) 사실상 사건의 해결을 막고 조직적 은폐를 조장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의 보고서 공개는 지난 1일 출범한 임성규 새 위원장이 이끄는 집행부가 조직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힌 간부 성폭력 사건을 분명히 처리하고 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진상규명 특위는 지난달 12일 보고서를 중앙집행위원회에 제출하며 공개를 권고했고,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회는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공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승철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새 지도부가 성폭력 사건을 반성하고 임기 안에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해 공개했다”고 말했다. 진상규명특위의 한 위원도 “민주노총이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한 약속을 지켰다”고 평가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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