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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대추리 이어 용산…순례는 계속된다

등록 2009-04-05 18:03수정 2009-04-06 00:24

매일 저녁 7시 용산 참사현장에서 미사를 올리고 있는 문정현 신부.
매일 저녁 7시 용산 참사현장에서 미사를 올리고 있는 문정현 신부.
용산참사현장 미사 집전 문정현 신부

평택투쟁 뒤 3년만에 ‘거리미사’
“김수환 추기경의 뜻 받드는 길”

‘용산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 앞에 문정현(70·사진) 신부의 ‘꽃마차’가 섰다. 꽃마차는 2003년 말 미선이·효순이 투쟁을 끝낸 뒤 문 신부가 시작한 ‘평화유랑’ 운동의 상징물이다. 꽃마차에서는 평화를 노래하는 민중가요가 흘러나오고, 그 주변을 경찰의 ‘닭장차’가 에워싸고 있으며, ‘길 위의 신부’는 다시 아스팔트 위에서 긴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다.

문 신부는 “지난 1월20일 텔레비전으로 용산 참사 현장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속상해 눈물 밖에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용산 참사 직후, 김수한 추기경님이 돌아가셨잖아요. 내 생각에는 그 분 살아계셨다면 반드시 현장에 오셔서 피해자들 위로하고, 보듬어 주셨을 거라고. 그런데 정치인들이 추기경님 추모장에만 찾아가고, 용산에는 발걸음을 않잖아. 추기경님 추모 물결에 밀려 용산이 싹 사라진 거야.”

문 신부는 용산 참사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금씩 잊혀지는 게 김 추기경의 뜻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을 시작했고, 오랜 망설임 끝에 신부가 할일은 낮은 자리에서 미사를 드리는 것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007년 2월 ‘평택 투쟁’을 끝낸 뒤 3년째 ‘칩거’를 끝내기로 한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쁜 사람들이야!”


문 신부의 목소리가 격앙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그가 집전하는 미사가 남일당 옆 작은 골목에서 시작되자,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 공무원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용산구청은 지난 1일 사고 현장에 붙어 있던 용산 참사 희생자들의 영정을 뜯어갔고, 다음날에는 용산 대책위원회 활동가들이 사용하던 간이 화장실을 치웠다. 문 신부는 3일 용산구청을 항의 방문했지만 박장규 구청장의 집무실로 통하는 복도에는 방화문이 내려져 있었다. 두 시간 동안의 대치 끝에 전해 들은 대답은 “관계기관의 협조요청에 의한 것”이라는 답변 뿐이었다.

문 신부는 오래 전부터 앓아온 협심증 탓에 하루에 세 번씩 심장약을 먹는다. 며칠 동안의 고된 행군에 얼굴은 다시 흙빛으로 변했다.

“평택이 내 싸움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나봐. 현장에 다시 나오니까 할 일이 많아.” 그는 밝게 웃으며 미사 준비를 시작했다. 문 신부의 ‘거리 미사’는 1차로 예수 부활대축일인 12일까지 계속된다.

글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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