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2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6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박관용 전 국회의장이 이날 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며 보도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검찰, 박관용 전 의장 불법자금 입증 자신감 비쳐
김원기 전 의장 비서실장 체포엔 “증거인멸 우려”
김원기 전 의장 비서실장 체포엔 “증거인멸 우려”
검찰의 ‘사정권’에 든 박관용·김원기 전 국회의장에 대한 처리 수위가 정치권 수사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1억여원을 받은 혐의가 잡힌 박 전 의장은 연구원 후원금을 받았을 뿐이고, 정치 활동을 접은 뒤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검찰은 그러나 수수액 등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이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나중에 말하겠다”며, 불법성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했음을 내비쳤다.
검찰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기준을 1억원으로 제시해 온 터여서 박 전 의장에 대해 영장을 청구할지가 주목된다.
김 전 의장은 소환 통보를 받지 않았지만, 김덕배 전 의원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직접 조사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 김 전 의원이 김 전 의장의 비서실장이었을 때 돈을 받은 만큼, 박 회장이 김 전 의장을 보고 돈을 건넸거나 이 돈이 김 전 의장을 위해 쓰인 점이 입증될지가 관건이다. 검찰은 “김 전 의원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어 체포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장과 김 전 의원 쪽의 말맞추기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들린다. 김 전 의장 쪽은 “박 회장한테 후원금을 받은 적이 없으며, 2004년 베트남의 태광비나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이는 국회의장 신분으로 격려차 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두 사람은 상당한 무게감을 지닌 정치권 인사다. 국회의장을 지냈을 뿐 아니라 박 전 의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고, 김 전 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라도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두 사람 다 일흔을 넘겼다는 점도 고려될 수 있다. 이 경우 검찰은 박진·서갑원 의원처럼 일괄처리 방침을 내세우며 불구속 기소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