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통한 표정의 강금원 회장 (대전=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횡령 및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6일 검찰에 소환돼 17시간 넘게 고강도 조사를 받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7일 오전 침통한 표정으로 대전지검 청사를 빠져나오고 있다. 2009.4.7 kane@yna.co.kr/2009-04-07 03:00:05/
검찰, 박연차-강금원-정상문 ‘3자회동’에 초점
에이(A)4 용지 30장에 담긴 자료가, 부인 권양숙씨의 금품 수수로 궁지에 몰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인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비자금 창고’로 알려진 홍콩 현지법인 에이피시(APC)의 계좌 추적 자료 30장이 검찰 수중에 들어오면서, 의혹이 불거진 500만달러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7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체포된 데 이어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의혹을 풀어 줄 ‘3인방’이 모두 검찰의 강제수사망 안에 들어왔다. 지난 6일 저녁 에이피시 계좌 자료 도착 직후 정 전 비서관 체포와 강 회장 구속영장 청구 작업이 동시에 진행된 것도 500만달러에 대한 본격 조사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과 강 회장에 대한 수사가 ‘개인 비리’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표면적 이유 뒤에는 세 사람이 모여 기금 출연을 논의한 2007년 8월 ‘3자 회동’이 놓여 있다. 박 회장 등은 노 전 대통령 집권 막바지인 2007년 8월 서울 ㅅ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겸해 만났다. 이 자리에서 강 회장은 자신과 박 회장이 50억원씩 모두 100억원을 출연해 노 전 대통령의 퇴임 뒤 ‘구상’을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박 회장은 홍콩 계좌에 있는 50억원을 대겠다고 했지만, 강 회장은 ‘검은돈’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한다. 검찰이 같은 해 9월 강 회장 혼자 5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봉화의 자금 출처와 투자 경위 등을 조사한 것도, 결국 3자 회동을 기점으로 한 일련의 돈 흐름을 쫓는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투자된 500만달러가 외견상 3자 회동에서 논의된 재단 출연금과 관련이 없더라도, 본질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퇴임 축하금이나 활동자금일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사과 글에서 500만달러에 대해서만은 ‘떳떳함’을 강조했다. “실제 사업 투자금이 맞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에이피시 자료와 박 회장 등의 진술에 바탕해 이런 주장의 신빙성을 면밀히 따질 태세다. 수사팀 관계자는 “아직은 3자 회동에 대한 조사 계획은 없다”면서도 “대전지검에서 수사하는 강 회장을 대검에서 직접 조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의 해명과 다른 결론을 내린다면, 500만달러라는 돈의 규모 때문에라도 큰 파장이 일 수밖에 없다. 검찰은 에이피시 계좌 자료를 1차 검토한 결과, “수사에 획을 그을 정도의 의미는 아니지만, 수사에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근거가 되리라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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