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이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돈거래 의혹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노 전대통령 향하는 박연차 수사] 현장에서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대검 중앙수사부에 체포된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언론의 시선은 그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한테 받았다는 백화점 상품권에 쏠렸다. 50만원권 200장(1억원어치)을 받았다는 혐의 사실에 대한 관심은 곧 고액 상품권을 받은 정·관계 인사가 더 있는지로 옮겨갔다. 수사팀을 대변하는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당시 박 회장이 구입한 상품권 액수가 “1억원이 조금 더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회장이 사들인 상품권의 규모는 더 컸다. 박 전 수석에게 건네진 상품권은 박 회장이 2004년 12월 한 백화점에서 산 50만원짜리 상품권 600장의 일부였다는 사실이 지난 2일 박 전 수석의 공소장에 적시되며 뒤늦게 드러났다. 그러자 관심은 나머지 2억원어치의 행방에 집중됐고, 이에 대해 홍 기획관은 “소액으로 나눠서 박 회장 주변 직원들이라든지 그런 사람들한테 나눠준 것 같다”고 말했다.
홍 기획관은 7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체포된 뒤에도 정 전 비서관이 문제의 상품권을 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라고 답했다. 그러나 9일 청구된 정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에는 현금 3억원과 함께 1억원어치의 상품권을 받은 혐의 사실이 적시됐다. 더구나 정 전 비서관은 박 전 수석과 함께 박 회장을 만난 직후 상품권을 건네받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틀 만에 홍 기획관의 설명이 달라진 것이다.
검찰과 언론 사이에는 ‘적극적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오래된 암묵적 합의가 있다. 박 회장의 상품권을 둘러싼 검찰의 거듭된 말바꾸기는 이런 관행과 거리가 멀다. 홍 기획관은, ‘수사 편의에 따라 설명을 바꿔도 괜찮은 거냐’는 기자들의 지적에 “(검찰이 나중에) 더 찾아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전직 검찰 총수는 검찰과 언론의 관계에 대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검찰 수사 결과는 언론이 믿어야 국민도 믿는다. 신뢰가 깨어지면 수사를 아무리 잘해도 반쪽짜리 수사일 뿐이다. 그래서 ‘적극적 거짓말’은 절대 해선 안 된다.” 그보다 후배 세대인 오늘의 검찰이 곱씹어야 할 말이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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