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치닫는 박연차 수사]
현철·홍업·홍걸씨 수감 이승만 양아들은 자살
현철·홍업·홍걸씨 수감 이승만 양아들은 자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도 결국은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전·현직 대통령의 아들들이 ‘권력형 비리’의 중심에 선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최악의 전통이 김영삼 대통령 이후 이번까지 3대째를 맞았다. 노 전 대통령은 유학이라는 방법까지 동원하며 아들을 비리와 격리시키려 했지만, 검찰 수사를 비켜가게 하지 못했다.
대통령 아들의 특권적 지위가 단죄의 대상이 된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 김현철씨부터다. ‘소통령’으로 불린 김씨는 기업인들로부터 66억여원을 받고 12억여원을 탈세한 혐의로 아버지의 재임 기간 중(1997년) 구속됐다. 2004년에는 총선 전 기업인한테서 20억원을 받은 혐의로 다시 구속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둘째·셋째 아들인 김홍업·김홍걸씨도 2002년 이권 청탁 명목으로 각각 수십억원씩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김현철씨가 스스로 권력을 휘두르다 탈이 났다면, 김홍업씨 형제는 최규선씨 등 ‘호가호위’형 인물들과 어울리다 사달이 났다. 당시 국회의원이던 큰아들 김홍일씨는 아버지가 퇴임한 뒤 첫 해인 2003년 5월 나라종금 로비 의혹에 연루돼 불구속 기소됐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탓에 구속만은 가까스로 면했다.
앞선 두 전직 대통령의 아들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은 반면, 노건호씨는 아버지가 수사의 최종 ‘목적지’로 의심받는 사건에서 의혹을 사고 있다.
전직 대통령 가족의 ‘비극적 선례’를 의식한 노 전 대통령은 공간적 격리와 분산이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냈다. 2004년에는 딸 노정연씨 부부를, 2006년에는 노건호씨를 미국으로 떠나보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변호사인 사위에게도 “네가 사건을 수임하면 사람들은 나를 보고 준 것이라고 할 것”이라며 미국행을 종용했다고 한다.
더 거슬러 올라가 4·19 혁명 직후 친아버지인 이기붕 부통령 등 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아들 이강석씨, 여러 차례 마약사건에 연루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 사례까지 합친다면 대통령 아들의 수난사는 한국 현대사에서 뺄 수 없는 한 장이 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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