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검찰 박연차 진술 신빙성 높이기 매달리고
노 전 대통령쪽은 신빙성 깎아내리기 주력
노 전 대통령쪽은 신빙성 깎아내리기 주력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조사가 임박하면서 양쪽이 치열한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대립의 한가운데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입’, 즉 그의 진술의 신빙성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중순 본격화한 이번 수사에서 이광재 민주당 의원 등 정치권 인사 6명을 잇따라 구속하는 성과를 냈다. 박관용·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박진(한나라당)·서갑원(민주당) 의원은 불구속 입건했다.
주목할 대목은 검찰이 이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박 회장 진술의 신빙성을 알리는 데 적극 나섰다는 점이다. 보통 준 사람과 받은 사람만 아는 뇌물사건에서는 공여자의 진술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검찰은 앞서 주요 인물을 구속할 때마다 “박 회장 진술의 높은 신빙성이 입증됐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박 회장이 먼저 ‘술술’ 진술한 것이 아니라, 비서 다이어리에 적혀 있는 일정이나 계좌의 입출금 내역 등 객관적 정황을 들이대면 그제야 입을 열었다는 점도 거듭 부각시켰다. 이처럼 박 회장의 진술이 정확하고 신뢰할 만하니,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진술도 믿을 만하다고 은근히 강조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쪽은 반대로 ‘박 회장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현재 돈의 흐름은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드러나 있다. 노 전 대통령의 ‘호주머니’로 곧장 들어간 돈은 없다. 노 전 대통령이 처벌되는 경우는 재임 중 박 회장에게 직접 돈을 요구했거나, 결국 자신을 보고 주는 돈임을 알고도 묵인한 점이 인정될 때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누리집에 올린 글에서 박 회장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삼았다. 노 전 대통령은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하는 박 회장의 제대로 된 진술을 듣기 위해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이 자신에게서 직접 돈을 요구 받았다는 식으로 진술했다는 보도가 나온 시점에서 반격의 고삐를 죄고 나선 것이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13일 “박 회장의 진술이 진실되다는 증거가 없다”고 다시 강조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모르는 상태에서 권씨가 돈을 받았다는 점이 “(도덕적인) 비난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직무 관련) 대가성이 없는 상태에서 뇌물이 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박 회장 진술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에 경계감을 표시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치인이나 자치단체장 등이 박 회장의 진술과 상당 부분 일치하게 자백을 했는데, (박 회장 진술이) ‘맞긴 맞느냐’는 표현은 저희 입장에서는 거슬린다”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