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건네받은 500만달러에 대해 재조사를 받기 위해 14일 오후 승용차를 운전한 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돈받은 이틀뒤 미국 방문…노 전대통령쪽 ‘압박’ 의지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 쪽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받은 100만달러를 뇌물로 보고 처벌 방침을 내비치는 가운데 이 돈이 미국에 체류하던 노건호씨에게 현지에서 전달됐는지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2·13일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7월1일 과테말라 방문길에 시애틀에 들렀을 당시 이곳 총영사였던 권찬호씨와 노건호씨의 경호원을 소환해 이 의혹의 규명에 매달렸다. 노 전 대통령 부부가 이틀 전인 6월29일에 받은 100만달러를 아들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그럴싸하기 때문이다. 시애틀 일정이 빡빡하지 않았다는 점도 의심을 키우는 요소다.
노 전 대통령의 당시 일정을 아는 한 인사는 “다른 때와 달리 빈 시간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7월1일 오전 11시께(현지시각) 시애틀에 도착했고, 부인 권양숙씨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사회봉사단체 대표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오후 5시에야 동포간담회에 참석했으며, 밤 9시께 행사가 끝났다. 이튿날 오전 9시30분께 호텔을 나설 때까지도 다른 일정은 잡혀 있지 않았다.
그러나 ‘유력한 제보’를 근거로 권씨 등을 소환한 검찰은, 이들이 100만달러 전달에 관해 아는 바 없다고 진술하는 바람에 아무 소득도 올리지 못했다. 청와대 의전비서관 출신인 권씨가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라는 점도 검찰이 그를 부른 배경의 하나로 알려졌다.
검찰은 권씨를 소환한 13일에도 뇌물죄는 돈을 받은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이라 사용처 조사는 별 의미가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권양숙씨가 돈의 사용처를 진술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사용처를 규명할 필요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럴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는 답변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은밀히 100만달러의 흐름을 쫓는 것은 압박 수단을 하나라도 더 마련하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100만달러가 노건호씨에게 건네졌다면, 빚을 갚으려고 박 회장 돈을 빌렸다고 해명한 노 전 대통령은 신뢰도에 타격을 입게 된다. 더구나 정상외교에 나선 길에 그랬다면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가 될 수 있다. 일부에선 검찰이 박 회장 진술 말고는 이렇다 할 보강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은 “절도 피해자가 에이(A)라는 사람을 지목해 ‘저 사람이 내 돈 가져갔다’고 했는데, 에이가 ‘나는 영화 구경 갔었다’라고 진술한다면 어느 영화관에 갔었는지도 입증해야 한다”며, 문제없는 돈이라며 사용처를 대지 않는 노 전 대통령 쪽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 탓에 노 전 대통령 쪽도 ‘시애틀 돈 전달 의혹’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미국으로는 돈이 건너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의 한 인사도 “노 전 대통령이 시애틀에서 아들을 만나지 않았고, 재임 중 부인의 돈 수수 사실을 몰랐으며, 박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보내라고 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본영 송채경화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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