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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예산절감 위해 용역단가 ‘후려치기’
노동시간 줄고 상여 깎여…노동자에 책임전가
일부 용역업체는 퇴직금 안주려 ‘6개월 계약’도
노동시간 줄고 상여 깎여…노동자에 책임전가
일부 용역업체는 퇴직금 안주려 ‘6개월 계약’도
“최저임금이 올랐다는데, 실제 받는 월급봉투는 더 얇아졌어요.”
대구도시철도공사에서 청소 일을 하는 노동자 이아무개(54·여)씨는 올해 들어 월급이 5만8천원 깎였다.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각종 수당이 깎이고 노동시간도 줄여야 했기 때문이다.
일부 공기업들이 용역업체에 청소 업무를 맡기면서 용역계약 금액을 낮춰,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올해 최저임금 기준이 올랐는데도 오히려 지난해보다 삭감된 월급을 받고 있다. 용역업체들은 노동시간을 단축하거나, 퇴직금 적립 의무를 피하는 등 여러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에서 일하는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지난해 한 달 122만9천원을 받았다. 시간당 3770원의 최저임금에 연장근로 수당 등 각종 수당을 더한 금액이다. 하지만 올해엔 5만8천원 적은 117만1천원을 받는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3770원에서 4천원으로 올랐지만, 노동시간이 하루 30분씩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44만1070원을 받던 수당도 5만원 이상 깎였다. 이태자 대구지하철 청소용역 여성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퇴근 시간이 30분 빨라졌다고 청소 일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라며 “시간당 임금으로 주게 돼 있는 최저임금법의 허점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업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줄어든 것은 정부의 예산 감축 압력으로 최근 일부 공기업들이 청소용역 예산을 줄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구지하철의 용역을 맡은 한 업체의 관계자는 “(대구지하철공사에서 받은) 낙찰금액으로 최저임금을 맞추려다 보니 노동시간을 30분 단축했다”고 말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다른 지역 지하철에 견줘 임금이 많은 편이어서 낙찰금액을 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천지하철공사에선 근로계약 기간을 줄여 퇴직금을 삭감하는 방법이 동원됐다. 인천지하철공사 청소용역 업체는 올해 지하철 역사 청소용역 노동자들과 근로계약을 맺으며, 1~6월 6개월만 근로기간으로 정했다. 최소 1년을 계약하면 져야 하는 퇴직금 적립 의무를 피하려 한 것이다. 인천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청소용역 예산을 줄였다”면서도 계약기간을 두고는 “오는 7월 새 역사가 문을 열 때 재계약을 하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정자 인천지하철 청소용역 노조 위원장은 “어쨌든 퇴직금 40만원가량을 받지 못하게 됐다”며 “용역업체 쪽이 (인천지하철공사와 맺은) 계약 금액이 줄었다고 해서, 계약 변경을 요구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차량기지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들도 이런 이유로 지난해 퇴직금을 못 받았다.
이찬배 민주노총 여성연맹 위원장은 “시간당 최저임금과 각종 수당을 포함한 금액이 실질적인 최저임금”이라며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실질임금도 올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승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부장은 “정부와 공기업의 예산 감축 정책에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일차적인 피해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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