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로드, 방송법서 금지했던 큐릭스 우회소유” 문건 공개
최문순 의원, 국회 문방위서 밝혀
최문순 의원, 국회 문방위서 밝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티브로드의 청와대 행정관 및 방송통신위원회 간부 ‘성접대’가 큐릭스와의 합병을 위한 로비 차원에서 이뤄졌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15일 공개됐다.
군인공제회 금융투자본부 이사회가 2006년 12월 의결한 ‘큐릭스홀딩스 지분인수(안)’을 보면, 군인공제회와 여신 전문 금융회사인 한국개발리스(현 한국개발금융)는 큐릭스의 대주주인 큐릭스홀딩스의 지분 30%를 각각 460억원(15.3%)과 440억원(14.7%)을 주고 인수한 뒤, 2년 이내에 티브로드의 모기업인 태광그룹 산하 태광관광개발에 옵션을 붙여 되팔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큐릭스홀딩스와 체결했다. 이 문건은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입수해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개했다.
일종의 ‘파킹’(주식 분산 감추기) 방식으로 체결된 이 계약은 태광(티브로드)이 군인공제회와 한국개발리스를 통해 큐릭스홀딩스 지분 30%를 편법 보유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명백한 방송법 위반이다.
계약이 체결된 2006년말 방송법 시행령은 전국 77개 방송 권역 중 15개 권역을 초과한 종합유선방송사(SO)의 소유·겸영을 금지하고 있었다. 군인공제회도 “현행 방송법상 태광그룹은 추가적인 유선방송사업자 직접 인수(가) 곤란”하다며 “큐릭스는 6개 권역 운영업체로 태광그룹(당시 14개 권역 보유)이 큐릭스홀딩스 지분 100% 인수시에는 20개 권역으로 방송법 위반”이라며 음성적으로 소유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자세히 밝혔다. 군인공제회는 또 “태광그룹은 투자자들이 큐릭스홀딩스 지분을 인수하게 한 후 방송법 개정시 투자자들의 지분을 직접 인수”할 것이라며 법 개정 뒤 해당 지분을 양성화할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방통위가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에스오(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소유·겸영 규제 한도가 25개 권역까지 확대돼 태광관광개발의 합법적 인수 환경이 갖춰졌다.
티브로드가 방송법 시행령이 바뀌기 전에 이미 큐릭스를 소유하고 있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입증되면서, 청와대 행정관과 방통위 과장이 연루된 티브로드의 ‘성접대’ 파문은 이런 문제를 덮고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한 로비일 가능성이 커졌다. 방통위는 지난달 18일 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티브로드홀딩스의 큐릭스홀딩스 최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를 한 뒤 “문제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어 6일 뒤 ‘성접대’가 이뤄졌고, 방통위는 이 사실이 불거지자 합병을 최종 승인·의결할 예정이던 31일 상임위원 전체회의를 연기했다.
이에 대해 티브로드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군인공제회와 한국개발리스를 통한) 큐릭스홀딩스 지분의 우회보유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황부군 방통위 방송정책국장도 국회에서 최 의원의 질문에 “관련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고, 송도균 방통위 부위원장은 “조사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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