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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상습 시위꾼’ 색출한다며…집회참가자 마구잡이 소환

등록 2009-04-17 22:38

과격시위 증거 없이 조서 강압도
대학생 하아무개(22)씨는 지난달 말 서울 서대문경찰서로부터 출석요구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한두 달 전 서울 용산과 신촌에서 열린 ‘용산 참사’ 추모제에 나간 적이 있지만 도로에 나가거나 경찰과 몸싸움을 한 적이 없어 의아스러웠다.

지난 9일 막상 서대문서에 나가 보니, 경찰은 촛불집회에 참석한 하씨가 인도에 서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야간집회는 불법이라는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러곤 “집시법 위반에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한다”고 말했다. 하씨는 인도에 있었지만, 다른 참가자가 도로에 나갔으니 공동정범이 된다는 것이었다. 하씨는 17일 “황당하고 화도 나지만, 한편으론 처벌을 받지 않을까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경찰이 ‘상습 시위꾼’을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집회에 참석한 사진이 찍힌 단순 참가자까지 마구잡이로 소환해 논란을 낳고 있다. 경찰은 폭행, 기물 파손, 도로 점거 등 세 가지 ‘과격 시위’ 혐의가 있는 경우에만 소환조사를 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정작 불려나온 시민들한테는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달 10일 용산 참사 이후 늘어난 ‘전문 시위꾼’을 발본색원한다며 일선 경찰서 수사팀이 동원되는 100여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경찰은 이 수사본부 조사를 통해 소환 대상자를 추리고 있으며, 현재 그 규모는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주최한 ‘언론악법 저지 결의대회’에 참가했던 김아무개(39·직장인)씨는 당시 집회가 ‘미신고 집회’였다는 이유로 지난 14일 경찰에 불려나갔다. 김씨는 “언론노조처럼 실체가 뚜렷한 단체가 개최하는 집회에도 ‘집회 신고’ 여부를 물어보고 나가야 하느냐”며 “당시 지방에서 온 사람들에게까지 출석요구서가 여럿 발부됐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무리한 압박수사가 이뤄졌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대학생 하씨의 경우, 경찰은 증거를 들이대지 않은 채 “피의자는 다른 참가자와 함께 서울역 집회에 참가해…”라는 식으로 조서를 꾸몄다고 한다. 하씨는 “경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조서를 세 번이나 고쳤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혜화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김아무개(37)씨는 “불법 집회에 참가했느냐고 추궁하길래 ‘인정 못한다’라고 답했는데도, 진술서에 ‘그렇다’라고 적혀 있어 결국 조서에 지장을 찍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의 이런 수사 행태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은 “시위에 한 번을 나가도 도가 지나치면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365일을 나가도 단순 참가자라면 처벌해선 안 되는 만큼, ‘상습 시위꾼’을 수사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일반 시위 참가자에게까지 공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국민을 전반적으로 범법자로 간주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동환 서울청 특별수사본부 공보관은 “단순 참가에 불과하다는 건 피의자들의 주장일 뿐”이라며 “도로 점거나 경찰을 공격하는 듯한 모습이 찍힌 시위자들만 소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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