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천만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된 21일 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면서 보도진의 질문을 받으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영수증 없이 현금사용 가능…노전대통령 묵인 의심
권양숙씨에게 전달된 100만달러 실체 규명도 탄력
권양숙씨에게 전달된 100만달러 실체 규명도 탄력
검찰 ‘정씨 구속’ 수사 활기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21일 구속됨에 따라, 정 전 비서관이 빼돌려 돈세탁을 한 것으로 보이는 청와대 공금 12억5천만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층 활기를 띠게 됐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노 전 대통령 퇴임 뒤 건네주려 했다”고 진술한데다, 이 돈이 대통령의 특수활동비라는 점에서 노 전 대통령의 지시나 묵인이 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의 구속으로 강제 수사가 가능해진 검찰은, 이 돈은 물론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에게 전달됐다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돈 100만달러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 쪽은 정 전 비서관의 구속에 매우 황망해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 비서관이 거짓말할 사람은 아닌데 (혐의 사실을) 인정했다고 하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면서도 “정 비서관은 압박한다고 해서 사실과 다르게 진술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의 움직임은 사뭇 다르다. 불과 하루 전인 20일, 정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며 “현재로선 이 비자금과 노 전 대통령의 연관성이 없다”고 했던 검찰은 21일 조심스런 태도를 거둬들였다. 수사팀 관계자는 “정 전 비서관의 횡령은 일반 예산 횡령하고는 성격이 다르다. 횡령 규모와 사용처, (비자금) 조성 방법에 대해 조사를 더 진척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을 움직인 ‘배후’를 본격적으로 캐겠다는 뜻이다.
청와대의 일반 예산은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부분 신용카드로 처리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이 빼돌린 특수활동비는 영수증 첨부 없이 수령자의 서명만으로 현금 사용이 가능하고, 사용 명세도 감사원이나 국회에 제출할 의무가 없다. 청와대 특수활동비의 규모는 2005년 108억5500만원이었고, 참여정부가 끝날 때까지 대략 이 수준을 유지했다.
검찰은 당시 총무비서관실 예산 담당 직원들도 조사했지만, 감사원 출신의 예산 주무 직원조차 횡령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만큼 돈이 은밀하게 빼돌려졌다는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이 차명계좌들을 이용해 이 돈을 관리하면서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과, 권양숙씨가 자신이 받은 돈이라고 진술했던 박연차 회장의 돈 3억원이 이 계좌들에서 함께 관리됐다는 점도 노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밤 구속되면서도 “노 전 대통령께서는 전혀 모르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가 비자금의 일부를 상가 임차료 등 개인적인 용도에 쓴 정황도 일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과 노 전 대통령과의 연결 고리를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것은 물론 대통령의 막후 통로 역할을 하는 등 엄청난 권한이 있다. 나중에 (조사 결과를) 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100만달러와 500만달러 의혹에 이어 12억5천만원이 노 전 대통령을 겨누는 또다른 칼날이 될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검찰은 당시 총무비서관실 예산 담당 직원들도 조사했지만, 감사원 출신의 예산 주무 직원조차 횡령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만큼 돈이 은밀하게 빼돌려졌다는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이 차명계좌들을 이용해 이 돈을 관리하면서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과, 권양숙씨가 자신이 받은 돈이라고 진술했던 박연차 회장의 돈 3억원이 이 계좌들에서 함께 관리됐다는 점도 노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밤 구속되면서도 “노 전 대통령께서는 전혀 모르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가 비자금의 일부를 상가 임차료 등 개인적인 용도에 쓴 정황도 일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과 노 전 대통령과의 연결 고리를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것은 물론 대통령의 막후 통로 역할을 하는 등 엄청난 권한이 있다. 나중에 (조사 결과를) 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100만달러와 500만달러 의혹에 이어 12억5천만원이 노 전 대통령을 겨누는 또다른 칼날이 될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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