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2005년 1월 건네받은 백화점 상품권 1억원어치를 2008년 2월 수사에 대비해 모두 파쇄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22일 밝혀졌다. 이 시점은 정 전 비서관의 옛 사위가 신성해운 세무조사 무마를 위해 로비 활동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정 전 비서관도 신성해운 쪽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때였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상품권을 쓰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검이 신성해운 세무조사 무마 로비 사건을 본격 수사하자 압수수색을 당할까봐 분쇄기에 넣고 갈아버렸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 상품권이 백화점으로 되돌아오지 않은 점에 비춰 이런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대검 중수부는 박 회장이 2004년 12월 부산의 ㄹ백화점 50만원권 상품권 600장(3억원어치)을 구입한 것을 확인하고 사용처를 추적한 결과, 정 전 비서관과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각각 200장씩 건네진 점을 확인했다. 박 전 수석은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달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상품권 100장은 2005년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나머지 100장은 대부분 박 회장의 회사 직원들에게 건네져 이미 사용된 것으로 파악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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