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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길을찾아서] 안에선 위원장 밖에선 공보관 / 한승헌

등록 2009-04-23 19:23

2005년 12월 19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선진국 사법제도 시찰단을 이끌고 유럽에 간 필자(왼쪽)가 독일 연방 법무부를 방문해 루츠 디벨 차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태극기를 걸어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2005년 12월 19일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선진국 사법제도 시찰단을 이끌고 유럽에 간 필자(왼쪽)가 독일 연방 법무부를 방문해 루츠 디벨 차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태극기를 걸어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승헌-산민의 ‘사랑방 증언’ 78
‘사법개혁’이란 구호와 깃발은 현란하지만, 그 실현은 결코 쉽지가 않았다. 우선 무엇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그 어려운 물음에 정답을 써야 하는 일을 내가 챙겨야 하다니, 벅찬 부담이었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밑그림으로 하되, 원점에서 검토를 하기로 했다. 우리가 선정한 개혁과제는 스무 개가 넘었다. 그것들을 여기서 다 설명할 겨를은 없지만, 그 항목만이라도 알려드리고 싶다. 우리나라의 법치주의를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될 줄로 믿기 때문이다.

1) 국선변호의 전면 확대, 2) 범죄 피해자의 보호, 3) 재정신청 전면 확대, 4)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제도 실시, 5)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6) 군 사법제도 개혁, 7) 공판중심주의적 법정 심리 절차 확립, 8)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 9) 법조윤리 확립, 10) 인신구속 및 압수·수색·검증제도 개선, 11) 경죄사건 신속처리, 12) 양형제도 개선, 13) 법무담당관제도 개선, 14) 재판기록 공개, 15) 국민소송제도 도입, 16) 징벌적 배상제도 도입, 17) 기업 내 변호사제도 도입, 18) 하급심 강화, 19) 노동분쟁 해결제도 개선, 20) 법률구조제도 개선, 21) 재판 외 분쟁해결제도(ADR) 활성화, 22) 집단소송제도 도입.

물론,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는 위에 열거한 여러 과제를 면밀하게 연구·검토하고 중론을 모아서, 그 입법화를 위한 마무리작업을 해나갔다. 그렇게 해서 입법으로 성취된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그런 갈림길에는 현상의 변화 내지 개혁에 의한 불이익을 염두에 둔 저항도 만만찮았다.

개혁을 소리 높이 외치다가도, 그 대상 또는 방향이 자기 쪽을 향한다 싶으면 금방 말이 달라지기 쉽다. 일반적으로는 그렇긴 하지만, 개혁을 입법으로까지 끌고 나가야 하는 처지에서는 개혁 의지를 견지하고 인내와 설득으로써 서로의 견해차를 좁혀 나가는 수밖에 없다.

공판중심주의 강화를 위한 증거법 개정 문제를 놓고 한때 검찰 일부의 반발이 있었지만, 소통과 이해를 통한 절충으로 원만한 귀결을 보았다. 법무부 장관과 만나서 의견을 나누고, 검찰총장과 전화로 대화하고, 전국 검사들의 모임에 사개추위 개정안의 근본 취지와 정확한 내용을 전했다. 사개추위의 실행위원회에서 5인 소위원회를 만들고, 전후 6회에 걸친 장시간 논의 끝에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아주 교훈적이었다.

내가 중요시한 것은 사개추위의 민주적인 논의구조였다. 나아가서 위원회 안팎의 의견과 여론에 귀를 열어놓는 일이었다. 나는 계량적인 설명을 좋아하진 않지만, 사개추위의 그런 노력을 통계 수치로 증명(?)하자면 이렇다. 2년의 활동기간에, 우리 위원회 내부 회의는 논외로 치고라도, 외부 전문가 초청 토론회 46회, 연구회 31회, 공청회 7회, 이렇게 많은 외부 의견 수렴을 했다. 그와 별개로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중론의 모으기 위한 활동도 열심히 했다. 언론 간담회 17회, 강연 토론회 23회, 신문기고·방송출연 146회, 언론 광고 6회, 여론조사 4회, 모의재판 4회, 홍보물 제작·배포 7회, 보도자료 배포 34회 등.

이렇게 열거해놓고 보니 무슨 전시행정이나 자랑처럼 되어서 죄송한데, 국민과 함께하는 개혁의 선례를 남기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위원들과 기획추진단 실무자들이 몇 개의 반으로 나누어 선진 10개 나라를 찾아가서 제도와 실상을 보고 배우기도 하였다.


한승헌 변호사
한승헌 변호사
여러 사법개혁 과제 가운데 국민과 언론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끈 것은 ‘로스쿨’로 알려진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문제, 공판중심주의 강화를 주안으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 그리고 ‘배심재판’으로 통칭되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제도, 이 세 가지였다. 이 글을 준비하면서 ‘사개추위 관련 언론기사 모음’을 다시 열어 보았더니, 기사의 크기와 빈도에서 단연 위 세 과제가 ‘빅 3’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 기사들이 때로는 정확성과 공정성에서 아쉬움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언론의 기여도는 상당했던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기에, 위원장의 소임 중에 기자들을 만나고, 원고 쓰고(치고), 방송에 나가는 일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나는 회의장에서는 의장이지만, 나오면 홍보담당(공보관)이었다.


한승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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