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교우회장 선출 하루뒤 주식 49억 팔아
천회장쪽 “지분율 65% 유동성 문제있어 매도”
천회장쪽 “지분율 65% 유동성 문제있어 매도”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2007년 4월 자신과 가족이 소유한 회사 주식 77만주를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식 매매대금 49억여원의 사용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이 자금 추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해 11월의 주식 매매대금 171억원까지 합하면, 천 회장은 대선을 앞둔 시기에 220억원의 현금을 마련한 셈이다.
세중나모여행은 2007년 4월2일 시간외 매매를 통해 천 회장과 자녀들, 부인, 계열사가 보유한 100만주를 주당 6400원에 기관투자자에게 넘겼다고 같은 달 9일 공시했다. 그중 천 회장 일가의 지분은 77만주로 매매대금은 49억2800만원이다.
천 회장은 주식 매매 하루 전인 1일 제28대 고려대 교우회장에 선출됐다. 당시는 8월19일로 예정된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경선 규칙 마련과 당원 확보 등을 놓고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 사이에 치열한 세 싸움이 벌어지던 때다. 이명박 후보는 당내 경선이 끝난 뒤 21억8000여만원을 경선자금으로 썼다고 신고했다. 여기에는 천 회장이 낸 후원금 1000만원도 포함돼 있다. 천 회장은 대선 기간에 고대 교우회를 통해 이 후보를 외곽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회장은 또 대선을 한 달 남짓 앞둔 그해 11월에도 자신과 가족이 소유한 주식 171억여원어치를 팔았다. 특히 이 주식 매매대금의 일부가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에 낸 특별당비 30억원의 출처가 됐다는 점에서, 나머지 돈의 사용처도 주목될 수밖에 없다. 천 회장은 당시 자신의 주식 36만여주를 팔아 마련한 현금 46억원을 저축은행에 맡기고, 이를 담보로 30억원을 대출받아 이 대통령이 특별당비를 내도록 빌려줬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근저당과 이자 등에 수천만원의 비용이 드는데, 굳이 손해를 봐가며 복잡한 대출 절차를 거친 이유가 궁금하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시 세중나모여행 쪽은 천 회장 일가의 주식 매매에 대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65%에 달하는 등 주식 유동성에 문제가 있어, 주가 상승 여력을 키우기 위해 대량매도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천 회장 쪽 관계자는 “천 회장이 ‘검찰에서 조사하면 자금 흐름에 이상이 없다는 것이 다 나올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남일 송채경화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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