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 연구 허용 파장
“성체 연구로 왜 안되나” “신선한 난자도 실패”
불투명한 성과 전망에도 유사 승인신청 줄 이을듯
“성체 연구로 왜 안되나” “신선한 난자도 실패”
불투명한 성과 전망에도 유사 승인신청 줄 이을듯
‘황우석 파문’으로 국내에서 금지됐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3년여 만에 다시 가능해졌다. 하지만 생명윤리계와 가톨릭 등 종교계의 반대가 만만찮다. 상대적으로 윤리적 문제가 없거나 적은 ‘성체 줄기세포’나 ‘역분화 방식’을 활용하는 줄기세포 연구에 더 역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29일 차병원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조건부 승인한 것은, 최근 미국을 비롯해 영국·일본 등이 정부 차원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고 나선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김강립 보건복지가족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면 다양한 연구를 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허용된 차병원 연구팀의 계획은 예전 황 전 교수 팀의 연구와 같은 방식이다. 즉 환자 등의 세포에서 추출한 핵을 핵이 제거된 다른 사람의 난자에 집어넣어 배아를 만드는 것이다. 그 뒤 배아가 세포분열을 할 수 있도록 배양하고 여러 장기로 자랄 수 있는 줄기세포를 확립하는 것이다. 다만 황 전 교수 팀이 체세포 복제에 좀더 유리한 ‘신선한’ 난자를 쓸 수 있었다면, 이번에 차병원 팀은 불임시술에서 쓰다 남은 난자나 미성숙 난자 등을 쓴다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종교계와 생명윤리계의 우려와 반대는 강하다. 성체 줄기세포 연구나, 피부세포를 사용하는 역분화 방식 등 생명윤리적인 문제가 적은 연구 방법도 있다는 것이다. 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복제배아를 만들어 줄기세포주를 확립하는 연구는 생명 파괴는 물론 심각한 생명 경시 풍조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인회 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는 “난자 채취 과정에서 여성들이 겪는 고통과 일정 정도의 보상비를 받기 위해 가난한 여성이 난자를 기증하게 될 가능성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또 이미 수정란을 넘어선 배아의 파괴에서 오는 생명에 대한 존중을 무너뜨리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도 꽤 나온다. 세계적으로 줄기세포 연구에서 불임시술에 쓰고 남아 냉동 보관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 폐기될 난자 등을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한 적은 아직 없다는 것이 그 근거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한 연구자는 “황 전 교수 팀은 신선한 난자를 실험에 이용했는데도 줄기세포 확립에는 실패했다”며 “세계적인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냉동난자나 냉동배아로 줄기세포를 확립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생명윤리위의 조건부 승인 결정으로 앞으로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 승인 신청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달 초 복지부에 연구 승인을 요청했다가 반려당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팀이나 또다른 줄기세포 연구자인 박세필 제주대 교수 팀도 연구 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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