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도착해 청사 현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 전대통령 검찰 출석]
진술 유도에 “맞다” “아니다” 짧게 답변
중수부장 등 CCTV 지켜보며 조사지휘
진술 유도에 “맞다” “아니다” 짧게 답변
중수부장 등 CCTV 지켜보며 조사지휘
검찰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30일 자정께까지 팽팽한 공방전을 벌였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에 대한 추가 소환 방침을 밝히는 등 감춰둔 카드를 꺼내 들며 ‘고강도’ 압박에 나섰다. 노 전 대통령도 이에 맞서 필요한 대목에선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히며 자신을 ‘변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쪽의 힘겨루기는 조사 전부터 예고됐다. 검찰은 30일 오후 1시20분께 노 전 대통령이 대검찰청 청사에 도착하자마자 7층의 중앙수사부장 방으로 안내했고, 노 전 대통령은 수사 책임자인 이인규 부장과 우전차를 사이에 놓고 마주 앉았다. 이 부장은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다. 국민이 수사를 지켜보고 있고, 시간이 많지 않으니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정의감과 사명감을 이해한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제 입장도 이해해 달라”고 응수하고 청사 11층 특별조사실로 향했다. 수사팀과 노 전 대통령이 시작부터 ‘뼈 있는 인사’를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100만달러 → 500만달러 → 12억5천만원 등 기타 의혹’, 조사는 이런 순서로 진행됐다. 검찰은 주로 100만달러와 500만달러의 존재를 재임 때 알았는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빼돌렸다는 특수활동비의 사용 명세(내역)를 보고받았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지금껏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증거자료를 제시해 가며 노 전 대통령의 진술에 대해 미세한 부분까지 점검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밤 11시께 권양숙씨 재소환 방침을 밝히는 한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의 대질조사까지 시도했다.
이에 맞서 노 전 대통령은 조사 시간 내내 기존 해명의 틀을 유지하며 신중한 태도로 조사를 받았다. 그는 ‘100만달러 부분은 재임중엔 몰랐다.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퇴임 직전 투자받은 500만달러는 나와 직접 관련이 없다’는 진술을 유지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박 회장에 대해서도 둘 사이의 오랜 후원 관계를 강조하며, 600만달러의 대가성을 부인했다.
조사에 임하는 양쪽의 전략 싸움도 치열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진술을 최대한 많이 끌어내는 데 집중했다. 노 전 대통령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다고 의심되더라도, 곧바로 반박하거나 결정적 물증을 제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하면 부인하는 대로 조서를 받고, 진술의 허점은 법정에서 들추겠다는 계산이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은 최소화하면서도, 방어가 필요한 대목에서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혔다.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조사 뒤 “노 전 대통령이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맞다’, ‘아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 짧은 답을 주로 했고, 평가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양쪽의 힘겨루기는 노 전 대통령이 밤 11시께 박 회장과의 대질조사를 거부하며 ‘정점’에 이르렀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대질조사를 거부함에 따라 11시20분께 조사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 중수부장과 홍 기획관 등은 특별조사실과 연결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을 통해 조사 상황을 지켜봤으며, 검찰 내부 통신망의 메신저를 통해 조사를 맡은 우병우 중수1과장과 신문 방향을 상의하기도 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한편, 이 중수부장과 홍 기획관 등은 특별조사실과 연결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을 통해 조사 상황을 지켜봤으며, 검찰 내부 통신망의 메신저를 통해 조사를 맡은 우병우 중수1과장과 신문 방향을 상의하기도 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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