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구속수사를 주장하는 보수단체 소속 회원(왼쪽)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노 전 대통령 지지자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있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을 응원하는 내용의 펼침막을 뜯어내려다 이를 막는 지지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정아 기자
30일 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맞은편 인도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들과 노 전 대통령의 출석을 지켜보러 나온 시민들, 그리고 퇴근길에 모이기 시작한 사람들이 더해져 150여개의 촛불이 켜졌다.
퇴근 뒤 남편과 함께 대전에서 온 배아무개(42)씨는 “안타깝고 착잡하다”며 “먼발치에서라도 노 전 대통령이 있는 데 있어줘야 할 것 같아 참석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과 영화배우 명계남씨도 자리를 지켰다. 경찰은 밤 10시께 참석자들에게 해산명령을 내리고, 이에 응하지 않은 시민 14명을 연행하기도 했다.
이날 낮에는 대검찰청 특별조사실에서 노 전 대통령과 검사들이 맞선 것처럼, 대검 청사 앞에서도 응원의 목소리와 엄벌을 요구하는 외침이 부딪쳤다. 대검 정문의 좌우를 차지하고 양쪽이 외친 소리는 노 전 대통령 수사를 둘러싸고 엇갈리는 여론의 축소판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출석을 앞둔 오전부터 대검 정문 오른편에서는 ‘반핵반김국민연대’와 ‘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 등 보수단체 회원 200여명이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얼굴에 엑스(X)자를 그은 손팻말 등을 들고 “노무현 구속”을 거푸 외쳤다. 이들은 달러가 그려진 상자를 든 노 전 대통령을 묘사한 행위극을 해보이기도 했다. 탈북자라고 밝힌 권아무개(39)씨는 “죄를 범했으면 죗값을 치러야 한다”며 “국민 세금으로 배를 채운 노 전 대통령은 구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모 회원 등 노 전 대통령 지지자 400여명도 보수단체 회원들의 반대편에서 노란색 풍선과 응원 메시지를 적은 펼침막을 가로수에 걸었다. 강원도에서 연차휴가를 내고 왔다는 회사원 최아무개(29)씨는 “죽은 권력에 대한 편파적 수사가 너무 심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참석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을 태운 버스가 도착하기 20여분 전인 오후 1시께는 양쪽이 욕설을 주고받는 등 실랑이가 벌여져 긴장된 분위기가 연출됐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노무현 구속”을 외치자, 노사모 회원들은 “비비케이(BBK) 사기”라는 구호로 응수했다. 버스가 대검 정문을 통과할 때, 노사모 회원들은 봉하마을에서처럼 “노무현”을 연호하며 노란 장미 꽃잎을 뿌렸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신발과 달걀을 던졌고, 달걀 몇 개가 버스를 맞히기도 했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노사모가 내건 펼침막을 찢어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대검 주변에 15개 중대 1300여명을 배치해 외곽 경호를 벌이고 집회 참가자들의 충돌에 대비했다.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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