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서 대검까지 5시간 20분 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오전 8시께 서울로 출발하기 위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앞마당에 모습을 드러냈다.(왼쪽 사진부터) 노 전 대통령은 “‘국민들께 면목이 없다”고 말한 뒤 버스에 올랐다. 봉하마을을 빠져나온 버스 행렬은 남해-중부내륙-경부고속도로를 거쳐 5시간 20분 만에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 도착했다. 피로한 표정의 노 전 대통령은 말을 아낀 채 조사실로 향했다. 이종근 김태형 신소영 기자 root2@hani.co.kr, 사진공동취재단
[노 전대통령 검찰 출석]
‘피의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는 별다른 차질없이 마무리됐다. 이제 검찰의 최종 판단만 남았다. 검찰은 여론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며칠 이내에 정해야 한다. 시간을 끌수록 ‘검찰이 지나치게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수사팀도 ‘시간은 검찰의 편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검찰, 노 전대통령 ‘불구속 기소’ 전망 우세
“어떤 결정 내리든 시간 오래 끌긴 어려워”
영장 청구 기각땐 돌이키기 힘든 치명상 수사팀은 노 전 대통령을 일단 집으로 돌려보낸 뒤, 1일 오전 회의를 열어 그동안의 조사 내용을 총정리하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숙의한다. 수사팀은 검찰 수뇌부에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뢰 혐의 액수가 구속영장 청구 기준을 크게 웃도는 데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는 ‘원칙론’이 근거를 이룬다. 앞으로 현역 국회의원 등에 대한 수사가 남아 있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입장도 개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사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검찰 안팎에서는 ‘수뇌부가 불구속 기소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태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지금껏 주요 간부들과 검찰 출신 원로 등의 의견을 다각도로 수렴해 왔다. 이들 중 상당수는 ‘수사 목적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검찰로서도 부담을 피하는 길’이라는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부패와 도덕성을 자신의 정치적 상징으로 삼아온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면목이 없다”고 ‘정치적 파산’을 선언한 점도 고려될 수 있다. 표적수사 논란에 휘말려 여론이 돌아설 것을 우려하는 여권의 기류가 검찰의 판단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고려 요소는 사전구속영장의 기각 가능성이다. 법원이 돈 제공자 등 관련자들이 상당수 구속돼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적고, 피의자인 노 전 대통령이 강하게 부인하는 상황에서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불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기 대문이다. 영장이 청구됐다가 법원이 ‘범죄 혐의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하는 날엔, 검찰로선 돌이키기 힘든 치명상을 입게 된다. 결국 여러 이유 때문에 ‘절제와 품격’을 강조해 온 임 총장이 위험 부담을 짊어진 채 불확실한 영역으로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시간을 오래 끌지 않고 기소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여론의 이목이 쏠려 있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시간을 오래 끌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과 다음주 초에 걸친 징검다리 휴일에 충분히 검토를 한 뒤 6일 이후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기소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적용할 죄목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죄다. 대통령의 영향력이 크고 직무 범위가 넓어 ‘포괄적 뇌물’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논리다. 하지만 검찰은 구체적인 대가성 입증을 위해 구체적인 청탁과 특혜가 이뤄진 사례도 덧붙일 것으로 보인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의 인사 청탁과 베트남 화력발전소 수주 지원, 경남은행 지분 인수 시도, 휴켐스 헐값 인수 등이 그런 사례들로 거론된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어떤 결정 내리든 시간 오래 끌긴 어려워”
영장 청구 기각땐 돌이키기 힘든 치명상 수사팀은 노 전 대통령을 일단 집으로 돌려보낸 뒤, 1일 오전 회의를 열어 그동안의 조사 내용을 총정리하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숙의한다. 수사팀은 검찰 수뇌부에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뢰 혐의 액수가 구속영장 청구 기준을 크게 웃도는 데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는 ‘원칙론’이 근거를 이룬다. 앞으로 현역 국회의원 등에 대한 수사가 남아 있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입장도 개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사팀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검찰 안팎에서는 ‘수뇌부가 불구속 기소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태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지금껏 주요 간부들과 검찰 출신 원로 등의 의견을 다각도로 수렴해 왔다. 이들 중 상당수는 ‘수사 목적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검찰로서도 부담을 피하는 길’이라는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부패와 도덕성을 자신의 정치적 상징으로 삼아온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면목이 없다”고 ‘정치적 파산’을 선언한 점도 고려될 수 있다. 표적수사 논란에 휘말려 여론이 돌아설 것을 우려하는 여권의 기류가 검찰의 판단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고려 요소는 사전구속영장의 기각 가능성이다. 법원이 돈 제공자 등 관련자들이 상당수 구속돼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적고, 피의자인 노 전 대통령이 강하게 부인하는 상황에서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불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기 대문이다. 영장이 청구됐다가 법원이 ‘범죄 혐의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하는 날엔, 검찰로선 돌이키기 힘든 치명상을 입게 된다. 결국 여러 이유 때문에 ‘절제와 품격’을 강조해 온 임 총장이 위험 부담을 짊어진 채 불확실한 영역으로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시간을 오래 끌지 않고 기소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여론의 이목이 쏠려 있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시간을 오래 끌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과 다음주 초에 걸친 징검다리 휴일에 충분히 검토를 한 뒤 6일 이후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기소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적용할 죄목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죄다. 대통령의 영향력이 크고 직무 범위가 넓어 ‘포괄적 뇌물’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논리다. 하지만 검찰은 구체적인 대가성 입증을 위해 구체적인 청탁과 특혜가 이뤄진 사례도 덧붙일 것으로 보인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의 인사 청탁과 베트남 화력발전소 수주 지원, 경남은행 지분 인수 시도, 휴켐스 헐값 인수 등이 그런 사례들로 거론된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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