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조사 표정
노무현 전 대통령은 30일 저녁 식사를 한 1시간과 몇 차례 10분씩 쉰 것을 빼고는 모두 조사를 받는 데 시간을 보냈다. 검찰은 애초 노 전 대통령이 요구할 경우 충분한 휴식시간을 배려하기로 방침을 세웠지만, 시간에 쫓기는 양쪽의 입장이 맞아떨어지면서 결국 ‘집중 조사’를 하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은 특별조사실에 들어서자마자 조사 주무를 맡은 우병우 중앙수사1과장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웃옷을 벗고 담배 한 개비를 태웠다. 이후 곧바로 시작된 조사는 2시간30분 동안 이어졌고, 오후 4시10분께 처음으로 10분간 쉬었다. 이후 다시 시작된 조사는 또 2시간 넘게 진행됐으며, 저녁 식사 전인 6시30분께가 되어서야 한 매듭을 지었다.
검찰은 피의자라는 일반적인 호칭 대신 “대통령께서는…”이라는 표현을 썼고, 노 전 대통령은 수사 검사들을 “검사님”이라고 높여 불렀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답변과 진술을 담은 검찰 조서에는 ‘대통령’ 대신 ‘피의자’로 호칭이 바뀌어 기록됐다.
노 전 대통령은 이후 1시간 동안 특별조사실 옆 대기실에서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경수 비서관 등과 저녁밥을 들었다. 일행 모두 인근 식당에서 미리 주문해 둔 곰탕으로 저녁을 해결했는데, 검찰 직원과 노 전 대통령의 경호원이 직접 식당으로 가서 맛을 보고 청사로 가져오는 등 안전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한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그릇을 모두 비웠다”고 전했다. 식사 뒤에는 검찰이 커피와 과일 등 후식을 냈다.
조사를 받는 동안 노 전 대통령 쪽은 문 전 비서실장과 전 전 수석이 검찰의 조사 분야에 따라 번갈아 가며 입회했다. 조사실 옆방에는 김 비서관과 근접 경호원 1명, 의료진이 밤늦게까지 머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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